경제
돼지 수정란에 인체 줄기세포…돼지 몸서 이식용 장기 키운다
입력 2019-05-14 11:13  | 수정 2019-05-15 10:35
건국대 연구진이 2013년 전남대, 차의과대, 순천대 등과 공동으로 개발해 탄생시킨 면역결핍 형질전환 복제 미니돼지. 돼지 장기를 이종에 이식할 때 급성 면역 거부반응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제거됐다. [사진 제공=건국대]

건국대 연구진이 사람의 피부세포를 배아 상태로 되돌린 유도만능줄기(iPS)세포를 돼지 수정란에 주입해 돼지 몸에서 인체 이식용 조직과 장기를 키우는 연구를 추진한다. 건국대 교내 윤리위원회의 허가에 대해 보건복지부도 동의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국내에서도 인체세포를 활용한 이종 간 '키메라 장기' 연구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진회 건국대 인간화돼지연구센터장 연구진은 인체 환경에 맞게 의료용으로 최적화된 형질전환 미니돼지를 활용해 사람에게 이식 가능한 조직과 장기를 개발하는 연구가 최근 교내 기관생명연구윤리위원회(IRB) 심의를 통과해 본격적으로 연구에 착수할 수 있게 됐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면역결핍 돼지의 수정란 초기(8세포기~배판포)에 사람의 iPS세포를 주입한 뒤, 이를 대리모 돼지의 자궁에 이식해 새끼 돼지의 몸에서 사람에게 이식이 가능한 조직부터 간, 신장 등 고형 장기까지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물 몸에서 만드는 인간 장기로 이종 간 키메라 장기에 해당한다.
키메라 장기는 전 세계적인 이식용 장기 부족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은다. 지난 3월 일본 문부과학성은 동물의 수정란에 인간 세포를 주입한 뒤 인간 유전자가 들어 있는 새끼 출산까지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박정규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장(서울대 의대 교수) 연구진이 미니돼지의 몸에서 키운 각막, 췌도 같은 장기를 인간과 같은 영장류인 원숭이에 이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기술을 확보하더라도 실제 임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학계의 지적이다. 생명윤리법에 이종 간 장기 이식을 관리하는 법률이 없는 데다 최근 '인보사 사태'로 세포·유전자 치료제의 신속 허가(패스트트랙) 등을 담은 첨단재생의료법 통과도 무산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교내 윤리위에서도 인체 세포를 동물에 주입하는 연구 역시 국내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김 센터장은 "보건복지부 측에서 인간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인체 부속물에서 얻는 iPS세포를 활용할 경우, 연구 목적의 동물실험은 교내 윤리위 심의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고 설명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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