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송금 '핀테크 열풍' ◆
직장인 정지원 씨(32)는 필리핀에서 유학 중인 여동생에게 송금할 때 은행에 가지 않고 스마트폰을 꺼내 든다. 핀테크 업체 '핀크(Finnq)'의 해외송금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은행에서 송금하면 수수료가 4만~5만원 들었고, 여동생이 돈을 받을 때까지 약 2~3일이 걸렸다. 하지만 핀크를 이용하면서 수수료가 1만원 이하이며 당일 송금도 가능해졌다. 어려운 현지 은행 주소와 스위프트 코드 등을 몰라도 된다. 여동생의 현지 전화번호만 있으면 송금할 수 있다.
핀테크발 해외송금 시장 혁신이 국내 금융 시장의 지형도를 바꿔놓고 있다. 해외송금 시장의 판이 커지면서 이곳에서 승부를 걸기 위한 핀테크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송금 방식과 기존 은행 대비 편리한 방식, 빠른 처리 속도, 낮은 수수료가 장점이다.
해외송금 혁신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트렌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글로벌 해외송금 규모는 2017년 6248억달러(약 730조원)에서 지난해 6890억달러(약 805조원)로 10%가량 성장했다. 2000년 이후 5배 이상 늘어난 숫자로 최근 들어 증가세가 더욱 가파르다. 커진 시장을 잡기 위한 글로벌 핀테크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시장조사 업체인 주니퍼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핀테크 송금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2015년 2.5%에서 지난해 약 12%까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핀테크 업체의 등장으로 전 세계 해외송금 수수료도 대폭 줄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해외송금 수수료 비용은 은행이 10.5%로 가장 높았던 반면, 핀테크 업체는 은행의 3분의 1 수준인 3.1%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도 핀테크 업체들의 해외송금업 진출 직후인 2017년 3분기 평균 해외송금 수수료가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큰 폭인 5.42%에서 4.81%로 하락한 바 있다.
글로벌 업체들이 사용하는 기법도 국내 업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도 우리나라 핀테크 회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풀링(Pooling)'과 '프리펀딩(Pre-funding)' 같은 새로운 기법으로 혁신을 이뤘다. 다만 해외 핀테크 업체들은 국내에서 구현할 수 없는 사업들을 토대로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다.
영국 핀테크 회사인 트랜스퍼와이즈는 일명 '페어링(Pairing)' 방식을 통해 송금 비용을 대폭 절감했다. 페어링은 개인 간(P2P) 거래 플랫폼을 통해 같은 국가에 있는 해외송금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 한 국가 내에서만 돈을 주고받는 구조다. 예를 들어 한국에 거주하는 A씨가 미국에서 유학 중인 B씨에게 학비를 보내려 하고, 반대로 미국에 사는 C씨가 한국에서 일하는 D씨에게 돈을 보내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트랜스퍼와이즈를 통하면 A씨는 D씨와, 또 C씨는 B씨와 각각 자국 통화로 돈을 주고받으면 된다. 환전이 필요 없으니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데 부과되는 수수료도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같은 기법은 우리나라에서는 '환치기'로 불리며 금지돼 있다.
반면 트랜스퍼와이즈가 이 방식을 통해 처리하는 연간 송금액이 2017년 기준 240억달러(약 28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연간 전체 해외송금 규모의 두 배를 웃도는 숫자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해외 송금시장에 진출했다.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기술의 선두주자는 미국의 리플이다. 리플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이은 전 세계 시가총액 3위의 가상화폐 리플(XRP)을 운영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리플은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활용한 기술로 해외 송금비용을 최대 70%까지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스위프트망을 대체하려는 것이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다.
싱가포르에서는 정부가 나서 블록체인을 실험하고 있다. 싱가포르 중앙은행인 통화청(MAS)은 지난 2일 "캐나다 중앙은행과 함께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제3의 중개기관이 필요 없는 양국 간 해외송금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MAS는 블록체인 기술인 분산원장기술(DLT)을 활용해 '더 빠르고, 안전하고, 저렴한' 해외 송금이 가능해졌다고 자신했다.
개인 송금 시장 변화에 가려져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있는 분야는 '기업 해외송금'이다. 기업 해외송금 연간 규모가 개인 시장의 수십 배를 뛰어넘는다. 이미 해외에서는 은행이 활용할 수 있는 기업 송금에 특화된 서비스가 존재한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글로벌 종합금융서비스 기업인 인터내셔널FC스톤(INTL FCStone)은 정해진 기간 내에 저렴하고 정확하게 송금이 가능한 기업 대상 '글로벌 송금 서비스(Global Payment Service)'를 은행에 제공한다. 이 서비스의 특징은 인터내셔널FC스톤이 보유한 140여 개 현지 통화를 자체 네트워크를 통해 직접 조달해 송금 신청 금액이 현지에서 필요한 통화로 업무일 기준 이틀 후에 정확히 도착한다는 점이다.
[이승훈 기자 /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직장인 정지원 씨(32)는 필리핀에서 유학 중인 여동생에게 송금할 때 은행에 가지 않고 스마트폰을 꺼내 든다. 핀테크 업체 '핀크(Finnq)'의 해외송금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은행에서 송금하면 수수료가 4만~5만원 들었고, 여동생이 돈을 받을 때까지 약 2~3일이 걸렸다. 하지만 핀크를 이용하면서 수수료가 1만원 이하이며 당일 송금도 가능해졌다. 어려운 현지 은행 주소와 스위프트 코드 등을 몰라도 된다. 여동생의 현지 전화번호만 있으면 송금할 수 있다.
핀테크발 해외송금 시장 혁신이 국내 금융 시장의 지형도를 바꿔놓고 있다. 해외송금 시장의 판이 커지면서 이곳에서 승부를 걸기 위한 핀테크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송금 방식과 기존 은행 대비 편리한 방식, 빠른 처리 속도, 낮은 수수료가 장점이다.
해외송금 혁신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트렌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글로벌 해외송금 규모는 2017년 6248억달러(약 730조원)에서 지난해 6890억달러(약 805조원)로 10%가량 성장했다. 2000년 이후 5배 이상 늘어난 숫자로 최근 들어 증가세가 더욱 가파르다. 커진 시장을 잡기 위한 글로벌 핀테크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시장조사 업체인 주니퍼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핀테크 송금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2015년 2.5%에서 지난해 약 12%까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핀테크 업체의 등장으로 전 세계 해외송금 수수료도 대폭 줄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해외송금 수수료 비용은 은행이 10.5%로 가장 높았던 반면, 핀테크 업체는 은행의 3분의 1 수준인 3.1%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도 핀테크 업체들의 해외송금업 진출 직후인 2017년 3분기 평균 해외송금 수수료가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큰 폭인 5.42%에서 4.81%로 하락한 바 있다.
글로벌 업체들이 사용하는 기법도 국내 업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도 우리나라 핀테크 회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풀링(Pooling)'과 '프리펀딩(Pre-funding)' 같은 새로운 기법으로 혁신을 이뤘다. 다만 해외 핀테크 업체들은 국내에서 구현할 수 없는 사업들을 토대로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다.
영국 핀테크 회사인 트랜스퍼와이즈는 일명 '페어링(Pairing)' 방식을 통해 송금 비용을 대폭 절감했다. 페어링은 개인 간(P2P) 거래 플랫폼을 통해 같은 국가에 있는 해외송금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 한 국가 내에서만 돈을 주고받는 구조다. 예를 들어 한국에 거주하는 A씨가 미국에서 유학 중인 B씨에게 학비를 보내려 하고, 반대로 미국에 사는 C씨가 한국에서 일하는 D씨에게 돈을 보내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트랜스퍼와이즈를 통하면 A씨는 D씨와, 또 C씨는 B씨와 각각 자국 통화로 돈을 주고받으면 된다. 환전이 필요 없으니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데 부과되는 수수료도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같은 기법은 우리나라에서는 '환치기'로 불리며 금지돼 있다.
반면 트랜스퍼와이즈가 이 방식을 통해 처리하는 연간 송금액이 2017년 기준 240억달러(약 28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연간 전체 해외송금 규모의 두 배를 웃도는 숫자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해외 송금시장에 진출했다.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기술의 선두주자는 미국의 리플이다. 리플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이은 전 세계 시가총액 3위의 가상화폐 리플(XRP)을 운영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리플은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활용한 기술로 해외 송금비용을 최대 70%까지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스위프트망을 대체하려는 것이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다.
싱가포르에서는 정부가 나서 블록체인을 실험하고 있다. 싱가포르 중앙은행인 통화청(MAS)은 지난 2일 "캐나다 중앙은행과 함께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제3의 중개기관이 필요 없는 양국 간 해외송금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MAS는 블록체인 기술인 분산원장기술(DLT)을 활용해 '더 빠르고, 안전하고, 저렴한' 해외 송금이 가능해졌다고 자신했다.
개인 송금 시장 변화에 가려져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있는 분야는 '기업 해외송금'이다. 기업 해외송금 연간 규모가 개인 시장의 수십 배를 뛰어넘는다. 이미 해외에서는 은행이 활용할 수 있는 기업 송금에 특화된 서비스가 존재한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글로벌 종합금융서비스 기업인 인터내셔널FC스톤(INTL FCStone)은 정해진 기간 내에 저렴하고 정확하게 송금이 가능한 기업 대상 '글로벌 송금 서비스(Global Payment Service)'를 은행에 제공한다. 이 서비스의 특징은 인터내셔널FC스톤이 보유한 140여 개 현지 통화를 자체 네트워크를 통해 직접 조달해 송금 신청 금액이 현지에서 필요한 통화로 업무일 기준 이틀 후에 정확히 도착한다는 점이다.
[이승훈 기자 /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