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불황 직격탄 `부울경` 서민 연체율 2배 높아
입력 2019-05-12 18:46  | 수정 2019-05-12 20:42
자영업자 대출 부실의 그림자는 저축은행뿐 아니라 상호금융·신협 등 서민금융권 전역으로 어두움을 드리우고 있다. 서민금융기관 부실은 은행 등으로 불똥이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2일 금융감독 당국과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상호금융(농협·신협·수협)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95%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15%에서 3개월 만에 0.80%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이는 2018년 한 해 동안 상승폭의 무려 두 배에 육박한다. 2017년 말 대비 2018년 말 상호금융 자영업자 연체율은 0.41%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상호금융 가운데 수협의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가장 높은 3.39%에 달했다. 신협도 2.69%로 전체 상호금융권 평균보다 높다.
저축은행, 상호금융을 포함한 제2금융권은 최근 1~2년 새 적극적으로 자영업자 대출을 늘렸다. 자영업자 대출은 '기업대출'로 분류돼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자영업자의 부채 구조와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가계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로 금융사들이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을 확대하면서 시장 경쟁과 특정 부문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신협·농협·수협 등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58조2000억원으로 전년(44조1000억원)보다 31.9%나 급증했다. 문제는 최근 경기 둔화와 함께 소비 침체가 지속되면서 자금줄이 마른 자영업자들이 제때 빚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소상공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소상공인 경영 실태 및 정책 과제 조사' 결과를 보면 소상공인 3명 중 1명은 장사가 안 돼 최근 1년간 휴업이나 폐업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4곳 이상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 채무 자영업자도 증가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자영업자 10명 중 3명이 금융사 4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올해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질 것으로 예상돼 자영업자 대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부동산·임대업 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 의원은 "경기 침체에 따라 정부가 실효성 있는 자영업자 대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지역별로 보면 조선·자동차 산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 서민금융기관 상황이 심각하다. 부산과 경남에 있는 저축은행 12곳의 올 1분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각각 5.8%, 5.9%로 전체 저축은행 평균인 5.2%를 웃돌고 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총여신 중에서 3개월 이상 원리금이 연체된 채권 비율로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사용된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늘어나는 것은 금융기관이 회수하기 어려운 부실채권이 증가한다는 의미다.
부·울·경 지역의 상호금융권도 상황은 비슷하다. 신협의 올 1분기 전국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69%다. 그러나 경남(4.80%), 울산(4.0%), 부산(3.88%) 등에 기반을 둔 조합은 전국 평균보다 최고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조합 연체율도 신협 전체 대출 연체율을 크게 웃돌았다. 경남(5.65%), 울산(5.30%), 부산(4.24%) 지역의 연체율도 신협 전체 대출 연체율(2.89%)의 두 배에 육박했다.
상황이 어려워지자 최근 금융감독당국은 개인사업자 대출 총량규제에 나섰다. 전 금융권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을 평균 11% 미만으로, 이 가운데 부동산·임대업 대출 증가율은 12%대로 억제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신협과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은 22.5%로, 이 중 부동산임대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5%로 제시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다른 금융권 대출을 억제하면 저축은행과 신협 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생긴다"며 "자영업자 대출 규모와 연체율이 상승한 상호금융 조합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본격적으로 자영업자 대출 총량을 관리하면 신규 대출 유입이 줄어들어 연체율은 크게 오를 수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방과 자영업자 등 취약한 부분을 중심으로 실물 경기 부진이 금융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빚으로 버티던 자영업자들이 가게 문을 닫고 빚을 갚지 못하면서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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