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가 1심에서 정당방위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가 2심에서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가 인정돼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2부(최규현 부장판사)는 공무집행방해·상해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A(46)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뒤집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오늘(12일) 밝혔습니다.
A씨는 2017년 12월 18일 오후 8시 10분쯤 서울 서대문구 자신의 집 앞에서 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열흘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당시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운 A씨는 출동한 경찰관 B경위에게 주먹을 휘두르려다가 제지당하자 B경위를 벽으로 밀치고 폭행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검찰은 A씨가 경찰관의 질서 유지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고, 경찰관에게 상해를 가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습니다.
A씨는 "경찰관이 먼저 팔을 잡으며 위법한 공무집행을 했고, 저항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유형력을 행사했을 뿐 공무집행을 방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은 B경위가 먼저 A씨의 팔을 잡아 제지한 행위는 경찰관직무집행법상 경찰관이 먼저 유형력을 행사해 상대방을 제지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따라서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어서 A씨의 행위가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B경위의 행위가 적법한 공무집행에 해당한다며 항소했습니다. 부인에게 다가가려는 A씨를 제지하려고 팔을 잡은 것이어서 범죄 예방과 제지에 필요한 행위였다는 취지입니다.
2심 재판부는 공무집행의 적법 여부는 행위 당시의 구체적 상황을 기준으로 삼아 객관적·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이런 기준으로 보면 B경위의 행위는 적법한 공무집행에 해당한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재판부는 "경찰관이 있는 상황에서도 고성을 지르며 욕설한 점, 피고인과 부인이 가까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긴급한 상황에서 이뤄진 공무집행"이라고 설명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