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의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맥주는 중국 칭따오맥주'
8일 오후 8시가 조금 넘은 시각.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는 광화문 한 닭요리집에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반도 보좌관, 주한미국대사관 관계자 등 일행 8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만찬 분위기는 서로 맥주를 따라주고 권하는 등 경직된 분위기가 아닌 화기애애한 회식자리 같은 분위기였다. 식당에서도 출입을 특별히 통제하지 않아 이들은 주위 손님들 지척에서 자연스럽게 식사를 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이들은 음식과 궁합을 맞출 주류로 '맥주'를 선택했다. 헌데 맥주의 조합이 다소 신선했다. 이날 이들이 마신 7병의 맥주 가운데 5병은 국산 카스맥주, 2병은 중국 칭따오(TSINGTAO) 맥주였던 것. 칭따오 맥주는 비건 대표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식당 관계자는 "비건 대표가 칭따오 맥주를 좋아한다고 한다. 지난번에도 같은 것을 주문했었다"고 귀띔했다.
비건 대표의 닭요리 사랑은 익히 알려진 얘기다. 이날 만찬 메뉴도 어김없이 '닭한마리'였다. 닭한마리는 백숙과 달리 냄비에 토막 낸 닭을 넣어 끓인 후 닭을 먼저 건져 먹은 뒤, 남은 국물에는 보통 국수를 넣어 끓여 먹는다. 다양한 양념이 들어가지 않고 닭 육수에 대파 정도로만 담백하게 우려낸 맛이었다. 닭은 간장과 부추로 버무린 양념장에 찍어 먹는다. 비건 일행은 닭 한마리에 다양한 사리를 넣어 식사를 했다.
비건 대표의 단골집인 광화문의 닭요리집 대표는 "비건 대표가 이곳만 벌써 3번을 찾았다"면서 이미 그의 사진이 나온 기사를 계산대에 붙여 놓았다. 이날도 만찬이 끝난 후 식당 직원들은 비건 대표와 함께 '기념 촬영'을 요청했고 비건 대표는 흔쾌히 응하는 모습도 보였다.
또 이들은 만찬이 끝나고 각자 돈을 걷어서 식사비를 '각자 지불(Dutch treat)'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들은 익숙한 듯 천원짜리까지 꺼내며 계산을 맞추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기자가 비건에 인사를 건네고 악수를 한 뒤 질문을 던지자 동석했던 윌리엄 콜먼 주한미국 대변인 등은 "Private Time(사적인 시간)"이라며 제지를 하기도 했다. 비건 대표 역시 현 한반도 상황을 고려한 듯 정세 관련된 질문에는 묵묵부답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지난 2월에도 평양에서 실무협상을 마친고 돌아와 이곳에서 저녁식사를 한 바 있다.
하지만 8일까지만 해도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9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인해 급격히 냉각되는 분위기다. 비건 대표는 10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하고 북한의 전날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추정 발사체 발사 등에 대해 논의했다. 당초 비건 대표의 강 장관 예방은 취재진에 모두발언을 공개할 계획이었지만 북한의 전날 단거리 미사일 추정 발사체 발사 등의 상황을 고려해 취소했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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