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단독] 동문건설 자력부활 `10년 드라마`
입력 2019-05-09 17:57  | 수정 2019-05-09 19:41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후폭풍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간 수십 개 건설사 중 자력으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졸업한 첫 건설사가 나타났다. 10년 워크아웃 장수생인 동문건설이 주인공이다. 동문건설 오너인 경재용 회장(67)은 지난 10년간 870억원에 달하는 사재를 출연했고, 직원들과 합심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 끝에 최근 건설업 한파 속에서도 결국 회사를 살려냈다. "회사는 망하고 오너만 살아남는다"는 워크아웃의 흔한 공식과 달리 오너도 살고 회사도 살아난 것이다.
9일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및 채권단에 따르면 전날 채권단 회의를 통해 동문건설에 대한 채권금융기관의 공동관리 절차종료를 결의하고 동문건설 측에 통보했다. 채권단 측 관계자는 "그간 대주주가 사재출연 등을 통해 회사 정상화를 지속적으로 지원했고 경영실적 개선으로 독자 생존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워크아웃 졸업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동문건설이 보유한 남은 채무에 대해 앞으로 분할상환토록 조치하고 필요자금 등에 대해서도 우대금리로 지원할 계획이다.
최근 정부의 건설 규제로 주택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다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침체기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한 가운데 동문건설의 '깜짝' 워크아웃 졸업에 건설업계도 놀라고 있다.
동문건설의 위기가 길고 깊었기 때문이다. 2005년만 해도 매출액이 6000억원을 넘을 정도로 잘나가던 중견 건설사였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뒤 이듬해 신동아건설, 성원건설, 신도종합건설, 월드건설, 동일건설, 우림건설 등 중견건설사 워크아웃 '쓰나미'에 함께 휘말렸다.
비슷한 시기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건설사 중에는 오너가 직원임금을 체불한 후 해외로 도피해 잠적까지 한 사례도 속속 나타났다. 그러나 경재용 회장은 다른 길을 갔다. 2009년 워크아웃 돌입 때 바로 478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당시 충남 아산시의 27홀 골프장과 정보기술(IT) 관련 자회사인 르네코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했다.
경재용 회장
오너가 책임을 지고 사재출연을 통해 회사를 살리는 건 당연한 조치지만 당시만 해도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냥 회사 정리하고 좀 쉬다가 다른 사업을 하는 게 어떠냐"는 솔깃한 권유도 있었다. 경 회장은 전화통화에서 "한 식구처럼 지낸 직원들을 차마 거리에 나앉게 만들 수는 없었다. 회사를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 회장이 회사 정상화를 위해 지난 10년간 사재출연한 총 액수는 870억원에 달한다.
긴 터널에 빛이 들기 시작한 건 2011년이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익이 흑자로 돌아섰고 이때부터 작년까지 8년 연속 영업 흑자를 냈다. 동문건설의 작년 매출액은 3113억원. 매출 내역을 보면 분양수입은 153억원, 공사수입은 2959억원이다. 영업이익은 204억원이었다. 경 회장은 "직원들이 합심해 비용을 줄이면서 내실 있는 사업만 골라 원가관리를 타이트하게 했던 덕분"이라고 말했다.
2016년엔 평택시 신촌지구에서 창사 이래 최대 물량인 '평택 지제역 동문 굿모닝힐 맘시티' 아파트(2803가구)를 완판해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경 회장은 워크아웃 돌입 후 건강 악화 등 개인적 어려움도 겪었다. 그러나 치료를 받을 때를 제외하곤 하루도 빠짐없이 회사로 출근하며 직원과 경영을 챙겼다.
동문건설은 올 들어서도 수주 쾌속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3일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문산리 일대 1500억원 규모 파주문산3리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수주했다. 지난 2월 말에도 경기도 평택시 칠원동 신촌지구 A3블록에 짓는 아파트 1134가구에 대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후분양 대출보증을 승인받아 공사를 진행 중이다.
동문건설과 비슷한 시기 워크아웃에 들어갔다가 가장 일찍 졸업한 곳은 진흥기업이다. 그러나 진흥기업의 경우 효성그룹 측으로부터 유상증자 등 자금지원을 받았다. 신동아건설도 진흥기업과 동문건설에 이어 올해 워크아웃 졸업을 추진 중이다. 신동아건설도 2014년 영업이익 흑자 전환 후 작년까지 5년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지용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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