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투자상품 연쇄부도 낸 P2P금융회사를 고소하고 싶어요!"
입력 2019-05-09 15:39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핀테크(FinTech)'.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이 생소한 단어가 어느새 우리 생활에 녹아들었다. 특히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30대는 더 이상 은행 지점을 찾지 않는다. 비대면으로 예금과 대출 서비스를 척척 이용함은 물론 은행을 넘어 개인 간 거래(P2P) 금융과 같은 기존 금융회사가 외면하던 새로운 서비스 또한 거침없이 파고든다. 기성세대는 모르는 투자 정보를 활용해 가상화폐에 과감하게 투자해 고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낯선 분야인 만큼 시장에 '편견'이 가득하다. 핀테크 서비스 이용자조차 '내가 하는 투자가 과연 안전한 것일까' '기존 금융회사를 이용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라는 불안감에 심하면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핀테크 세상에 '사이다'를 날리기 위해 매경미디어그룹에서 관련 분야를 오래 취재해온 김진솔 기자가 나섰다. 실제 핀테크 업계 현장을 누비는 플레이어들은 새로운 금융을 시도하는 만큼 법률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누구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해왔고,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에 이르렀다. 서비스 이용자 관점에서 핀테크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있어서 한 번쯤 고민해봤을 법한 이슈를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법률 상식을 이용해 풀어준다.

[솔기자의 핀테크 로우킥(Law-kick)-8] Q.부동산 P2P투자로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던 한깐깐 씨(42·가명)는 한 P2P금융 플랫폼에서 자신이 투자한 상품 3건에 모두 연체가 발생했다는 알림음을 듣고 식은땀을 흘렸다. 한씨가 해당 회사에 투자한 금액은 1500만원에 달했다. 2016년부터 P2P투자에 손을 댄 소위 '얼리어답터 투자자'인 한씨는 자신이 투자상품에 대한 조예가 깊고, 대표 이력 상품력 등을 꼼꼼히 확인해 믿을 만한 업체를 선정해 투자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어 더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믿던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플랫폼 회사 대표를 찾아가 해명을 요구했지만, 대표는 부실 차주에게 당했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괘씸하다는 생각까지 든 한씨는 자신과 같이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투자자들을 모아 회사 대표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마음먹고 변호사를 찾아갔다. 거금을 들여 소송을 진행하면 플랫폼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①플랫폼이 대출차주에 대한 검증의무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법원에 가면 책임을 피할 수 없다.
②한씨가 선택한 P2P금융회사가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는 우량 플랫폼이라면 소송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
③플랫폼이 P2P금융 가이드라인을 지키고 있다 해도 가이드라인은 행정지도에 불과해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실제 판결이 나와봐야 안다.
④투자자들을 모아 플랫폼에 소송하는 대신 차라리 대표와 손을 잡고 차주를 고소하는 것이 돈을 돌려받을 확률이 높다.

최근 언론 등에서 우량한 P2P금융 플랫폼으로 인정받던 업체들까지 연일 상품 연체가 발생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안함이 고조되고 있다. 늦게라도 제대로 상환되면 연체이자라도 챙길 수 있지만 부도로 이어질 경우 생돈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씨의 사례처럼 한 플랫폼의 여러 상품에 분산투자했는데 이같이 문제가 발생할 경우 더욱 타격이 커 소송을 불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기도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한씨가 법원에 가더라도 승소 확률은 높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플랫폼이 대출차주에 대한 검증의무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법원에 가면 책임을 피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변호사를 찾는 사례가 잦다. 그럼에도 이길 가능성이 적어 실제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소송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해당 플랫폼이 P2P금융 가이드라인을 준수했으면 플랫폼이 '투자자에 대한 입증책임'을 소홀히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 꼽힌다. 통상 우량 플랫폼은 가이드라인에 기재된 '투자상품 공시사항'을 철저하게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P2P금융협회와 마켓플레이스금융협의회 역시 회원사들에 가이드라인을 지키도록 적극 독려하고 있다. P2P금융 가이드라인은 행정지도에 불과해 법적효력은 없지만 실무에선 법원의 판단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해놓은 셈이다. 스타트업 규모에 불과한 P2P금융회사들이 사내변호사들까지 채용하는 이유는 계약부터 이후 피드백까지 법적 이슈에 대한 실시간 대비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어서다.
만일 플랫폼이 차주에게 속아 허위 정보를 공시하는 경우는 입증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없지 않을까? 이 경우 역시 플랫폼에서 작정하고 존재하지도 않은 허위 매물을 올린 경우가 아닌 이상 '플랫폼이 속아 넘어갈 만했다'라는 정황이 나오면 플랫폼은 '선의'로 이를 올린 것이기 때문에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다.
대신 플랫폼 대표와 손잡고 차주를 고소하는 방법을 강구해보는 투자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통상 P2P금융 플랫폼과 대출자들이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계약불이행에 대한 책임을 명시하는 경우가 많아 플랫폼 대표는 또 소송까지 진행할 유인이 많지 않다. 마음이 잘 맞아 차주를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채권을 갚을 수 없을 정도로 이미 악화된 취약차주에게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답은 ②번 한씨가 선택한 P2P금융회사가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는 우량 플랫폼이라면 소송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
[기획·글/김진솔 기자·검토/최우영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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