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 사망 시에는 연장자 여부를 떠나 실제로 부양한 자녀에게 유족 지위를 우선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8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20년 전 이민을 떠나 한 번도 국가유공자인 아버지를 찾은 적이 없는 장녀를 단순히 연장자라는 이유만으로 국가유공자 선순위 유족으로 인정한 국가보훈처의 결정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현행법ㅇ느 보상금을 받을 유족 중 같은 순위자가 2명 이상이면 나이가 많은 자를 우선하되, 국가유공자를 주로 부양하거나 양육한 자를 우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연장자에게만 유족 우선 순위를 인정한 보훈처 결정은 잘못이라는 게 행심위 판단이다. 국가유공자 A씨의 세 자녀 가운데 둘째인 B씨는 부친이 2013년경부터 뇌경색에 이은 치매를 겪는 상황에서 A씨를 간호했다. 그러나 관할보훈지청에서는 B씨의 누나를 선순위 유족으로 결정했다. 이에 B씨는 부친이 뇌경색과 치매로 고생할 당시 간호한 것은 자신이며, 1998년경 미국으로 이민 간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귀국한 적이 없는 누나를 관할보훈지청이 선순위 유족으로 결정한 것은 잘못이라며 행심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행심위는 B씨가 2013년경부터 부친의 인근에 거주하면서 병든 부친을 병원에 모시고 가는 등 간병했고, 2015년부터는 동거하면서 부친을 적극 부양한 점이 인정된다며 관할보훈지청의 결정은 잘못이라고 결론 냈다.
행심위는 관계자는 "B씨의 누나는 1998년 출국한 이후 21년 간 한 차례도 입국하지 않는 등 부친을 부양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됐을 뿐더러, B씨의 동생 또한 실제 부양은 B씨가 도맡았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을 종합 고려했다"고 밝혔다.
[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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