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7일) 울산대교 난간에서 위태로운 모습으로 투신을 기도했던 모녀는 경찰의 신속한 대처와 진심 어린 설득으로 5시간 만에 안전한 땅을 디뎠습니다.
이날 오후 4시 30분쯤 울산시 남구와 동구를 잇는 울산대교 동구 방향 2번 지점에 승용차가 멈췄습니다.
차에서 40대 엄마와 10대 딸이 내렸고, 모녀는 곧장 난간을 넘어 50m 높이의 아찔한 벼랑 끝에 섰습니다.
심상치 않은 광경을 목격한 한 시민의 "두 여성이 난간 밖에 맨발로 서 있다"는 신고로 동부경찰서 전하지구대 순찰차가 약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설득에 나섰고, 약 4분 후 119구조대까지 합류했습니다.
그러나 모녀는 대교 가운데 쪽으로 200m가량을 걸어서 이동했고, 상황은 더 긴박해졌습니다. 모녀가 선 벼랑은 60m 높아졌습니다.
경찰은 울산해경과 소방본부에 공동 대응을 요청하고, 남구에서 동구 방면 차량을 전면 통제했습니다.
동시에 울산지방청 소속 김치혁 경장 등 위기협상 요원 2명을 현장에 투입했습니다.
오후 4시 50분쯤 위기협상 요원들이 설득에 나섰고, 해경은 구조대원이 탑승한 고속보트를 비롯해 연안구조정, 50t급 경비정, 소방정 등을 다리 아래 배치했습니다. 구조대원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잠수복과 장비까지 착용한 상태였습니다.
모녀가 구조되면 즉시 병원으로 이송할 119구급차도 대교 위와 아래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했습니다.
경찰은 모녀의 저체온증을 우려해 오후 6시 10분쯤 두꺼운 옷을 전했고, 6시 50분에는 본청 위기협상팀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충남 경찰인재개발원에서 협상 요원 2명이 탑승한 헬기가 오후 8시 30분쯤 떴습니다.
다행히 심리분석관인 김 경장 등의 설득은 약 5시간 만에 결실을 봤습니다. 본청 헬기가 도착하기 전이었습니다.
줄곧 "힘들다"는 말을 반복했던 모녀는 조금씩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경찰관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약 4시간 40분 만인 오후 9시 10분쯤 딸이 먼저 난간을 넘어 안전한 땅을 디뎠고, 4시간 50여분 만인 오후 9시 24분쯤 엄마도 딸이 있는 곳으로 넘어왔습니다.
모녀를 설득한 김 경장은 "이렇게 오랜 시간 설득한 것은 처음이다"며 "무사히 구조돼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건강에는 별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울산대교는 2016년 개통 이후 총 14건의 투신사고가 발생했으나, 경찰 등이 신속히 출동해 투신 기도자를 안전하게 구조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무엇보다 해경·소방과 공조한 협업, 모녀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심리분석관 투입,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지원 요청 등 경찰이 주도한 구조 전 과정이 매끄러웠다는 칭찬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MBN온라인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