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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곳’, 경계를 지우자 피어나는 삶 [M+JIFF 리뷰]
입력 2019-05-07 10:01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JCP ‘아무도 없는 곳’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은 이 세계의 수많은 경계를 모조리 지워버린다. 삶과 죽음은 물론 인물의 과거와 현재까지 지움으로써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한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장편영화 제작 프로젝트 ‘전주시네마프로젝트 2019를 통해 김종관 감독의 신작 ‘아무도 없는 곳을 선보인다. 감독은 이전보다 한층 더 극단적인 연출과 영화 형식을 통해 흐릿하면서도 선명한 테마를 관객에게 제시한다.

극 중 창석(연우진 분)은 영국에서 결혼생활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책을 발간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네 명의 인물 미영(이지은 분), 유진(윤혜리 분), 성하(김상호 분), 주은(이주영 분)을 만나 제각각의 사연을 듣고 내면의 변화를 겪는다.

영화는 인물 저마다에 챕터를 부여한다. 각 인물은 모두 자신의 이야기 방을 가진 채 전혀 사소하지 않은 이야기를 사소하게 털어놓으며, 이때 창석은 주로 청자의 입장에 놓인다. 김종관 감독의 전작 ‘더 테이블과 비슷한 지점이 많다.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는 점, 여러 대화로 이우러졌다는 점 등이 그렇다. ‘아무도 없는 곳 역시 각 인물마다 공간이 존재한다. 미영은 시티커피, 유진은 공원, 성하는 카페, 주은은 바(Bar)다. 그리고 창석은 이 모든 곳에 존재한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JCP ‘아무도 없는 곳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첫 에피소드를 담당하는 미영의 시티커피는 아련하고 아픈 향수다. 미영은 창석과 첫 만남부터 어딘가 묘하고 미심쩍은 기분이 들게 한다. 관객으로 하여금 두 사람의 대화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허구인지 의심하게 만드는데, 이는 머지않아 해소되며 이후 짙은 여운을 남긴다.

유진은 어쩌면 자신에게 있어 가장 아팠을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그저 덤덤하게 말한다. 창석과 함께 한 공원에 어스름이 깔릴 때까지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는 시 같기도 하고 노래 같기도 해서 더 먹먹하다. 성하도 마찬가지다. 그저 아는 사이인 창석과 성하는 한 카페에서 조우하고, 그는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를 천진난만한 얼굴로 털어놓는다. 성하의 이 사연을 다 믿어야 하나 싶을 정도다.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서둘러 카페를 나서는 성하의 뒷모습은 또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

바텐더로 일하는 주은은 잃어버린 기억 때문에 타인의 기억을 수집한다. 이때까지 청자로 존재한 창석은 주은에게 한 잔 술을 받는 대가로 자신의 소소한 이야기를 말한다. 그의 이야기가 마음에 든 주은은 그에게 술을 건넨 뒤 ‘시로 이것을 남긴다.

이후에는 창석의 장이 펼쳐진다. 창석의 이야기는 현실과 꿈을 오가지만 변함없는 진심을 담고 있다. 그리고 네 명의 이야기를 듣던 창석의 진짜 이야기는 깊은 여운을 남기는 엔딩 이후 또 다른 시작을 예고한다.

전주=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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