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5월 6일 뉴스초점-그들만의 정원
입력 2019-05-06 20:02  | 수정 2019-05-06 20:27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 세계적인 관광지로, 자로 잰 듯한 수만 그루의 나무와 화려한 꽃길이 장관입니다. 화려했던 베르사유는 원래 프랑스 왕만을 위해 존재했습니다. 파리 시민들은 이 궁전의 존재를 알지도 못했지요. 그러다 1830년 7월 혁명으로 개방되면서 그 화려함은 더더욱 빛이 났고, 시민들은 환호했습니다.

얼마 전 시민에게 개방된 서울의 옛 정원, 성락원도 200년 만에 그 비밀스러운 아름다움을 드러냈죠. 지금은 시민에게 개방됐지만, 성락원 역시 조선 시대 당시엔 양반들만 거닐 수 있었던 '그들만의 정원'이었습니다.

이런 비밀스럽고 아름다운 정원이 세종시의 정부청사 옥상에도 있습니다. 봄소식을 알리는 예쁜 꽃길과 수백 종의 나무들, 테마가 있는 산책로도 있지요. 건물 15개를 이어서 만든 8만㎡의 정말 어마어마하게 큰 공원입니다. 물론 엄청난 세금으로 지은 '공공시설'이고요.

그런데, 사람들은 정부 건물에 이렇게 예쁜 정원이 있는지 그동안 잘 몰랐습니다. 지난 2016년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로 세계적인 명소였지만, 이곳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건 '공무원뿐'이었거든요.

애초 공원을 조성할 당시엔 국민과 소통을 위해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할 것처럼 말했지만, 짓고 나니 공원이 옥상이라 안전사고 위험도 높을 거 같고, 국가보안 시설이라 걱정됐다고 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말 그대로 '반쪽짜리' 개방이었던 거죠.

그런데 행안부가 이 정원을 애초의 약속대로 시민의 품으로 돌려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달 시범 개방을 한 뒤에 앞으로 완전히 개방해서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요.

조금만 더 일찍 소통했더라면, 시민들의 불만이 늘기 전에 발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결국 시민의 품으로 돌아간 베르사유처럼, 서울의 성락원처럼, 우리 모두가 찾아갈 수 있는 아름다운 정원으로 더 좋게 거듭나길 기대해 봅니다.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