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부산지법 부장판사 공수처 설치 공개비판
입력 2019-05-02 18:37 

현직 부장판사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또 "패스트트랙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한 문무일 검찰총장에 대해 "용기 있는 발언"이라고 밝혔다.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수처 신설을 바라보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부장판사는 "공수처에 독자적인 수사권에 기소권까지 부여할 모양인데, 이 기관은 누가 견제하고 통제하나"며 "수사의 주된 대상이 고위직 경찰공무원, 검사, 법관이면 이 세 조직은 신생조직인 공수처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견제는 고사하고 눈 한번 흘겨볼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공수처의 경우) 완충장치도 없어 정치적 입김이 그대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오히려 그 구성에 선출직 공무원인 대통령이나 국회가 상당 부분 관여할 수 있도록 정한 모양이라 정치적 열기의 전도율이 현저히 높다"고 우려했다.
김 부장판사는 "고위 공직자의 부패를 처단한다고 하면 대중은 환호할 수 있으나 이러한 명분에 지나치게 천착하면 다분히 선동적일 수 있다"며 "현재 형사사법 제도로는 도저히 힘에 부쳐 별도의 국가기관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우리나라 공직사회가 망가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추측건대 직권남용, 직무유기, 공무상 비밀누설, 강요 등 다양한 공무원 범죄에 대한 기준이 현저히 높아지고, 오히려 이러한 범죄들이 공무원 대부분을 옥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1일 국회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하는 것"이라고 발언한 문무일 검찰총장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공수처 신설은) 참으로 중요한 문제인데 충분한 논의도 하지 않고 각 형사사법기관의 의사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이런 와중에 문무일 검찰총장이 그 후과가 무엇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법조의 어른으로서 보인 용기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에도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법 농단에 관여한 동료 법관 탄핵 촉구안을 의결하자 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에 거꾸로 '전국법관대표회의의 탄핵을 요구합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당시 "수사도 끝나지 않았고 재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안을 증거 한 번 살펴보지 않고 겨우 두세 시간 회의 끝에 유죄로 평결했다"며 "법원이 나서서 그 권한을 행사하라고 의견을 내는 것 자체가 권력분립의 원칙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비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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