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최악의 지방경제…서민금융 덮쳤다
입력 2019-05-02 17:59  | 수정 2019-05-03 13:46
◆ 위기의 서민금융 ◆
지난달 말 경상남도 창원시 '오동동 문화거리'. 서울 명동 못지않은 상권을 자랑했던 곳이지만 인기척을 느끼기 어려웠다. 안쪽으로 들어서자 곳곳에 문을 굳게 닫은 폐업 점포들이 보였다. 한 폐업 점포 창문에는 A3용지 크기의 '당일 대출' 사금융 광고가 붙어 있다. 제과점 종업원 A씨는 "매출이 몇 년 새 30~40% 줄어들었다"며 "급전 대출로 연명하는 점포주가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 침체가 전국 곳곳을 덮치면서 자영업자와 저소득층이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기댈 곳이 없는 자영업자 등이 대출 의존도를 높이면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전국 신협·농협·수협 등 상호금융권이 자영업자들에게 대출해준 잔액은 작년 말 58조2000억원에 달했는데 이는 전년 말(44조1000억원)에 비해 32%가량 늘어난 수치다. 창원을 비롯해 전북 군산 등 기업 생태계가 무너진 지방에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짙게 나타났다. 이들 지역 내 2금융권 연체율은 올해 1분기에 작년 말 대비 50% 가까이 뛰었다. 창원 경남중앙신협 관계자는 "부산·울산·경남 일대 신협의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2.7~2.8% 선에서 올해 1분기 들어 4%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군산의 한 신협 이사장도 "연체율이 조금씩 오르더니 올 1분기에 3%대를 찍었다"며 "현재 연체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의 실물경제 악화가 서민금융기관들의 연체 증가와 부실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지역 경기가 무너지고 있는 창원에서는 자영업자,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저금리 정책금융인 '햇살론'의 연체율도 급격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창원 소재 한 MG새마을금고 임원은 "소액 대출이라 전체 금액은 얼마 안되지만, 작년만 해도 7%에 머물던 연체율이 최근에는 20%까지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부실 대출 리스크는 저소득층의 금융 안전망 역할을 하는 상호금융·저축은행 등 서민금융기관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창원 등지에서는 자금 회수가 어려운 개인 회생·파산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지방 은행 지점이나 상호금융 조합들은 채권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대출을 상각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협이나 저축은행들의 건전성 악화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작년 말 전국 저축은행들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5%대다. 그런데 서울·경기 지역을 제외한 지방 저축은행 37개사 가운데 무려 54%(20개사)가 전년보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금융사의 총여신 중 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 비율로,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신협 등 상호금융의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지난해 1.52%로 전년(1.32%)보다 0.2%포인트 올랐다. 신협은 929곳 중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0%를 훌쩍 넘는 곳도 9곳이다. 시중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대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창원·대구 = 김강래 기자 / 군산 =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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