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작은 것들의 승리"…BTS, 빌보드 2관왕 K팝 새역사
입력 2019-05-02 15:19 

"고마워요, 아미(ARMY·방탄소년단 팬클럽). 이 모든 것이 우리가 함께 공유한 작고 사소한 것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2019 빌보드뮤직어워즈(BBMAs)'에서 '톱 듀오/그룹' 부문을 수상한 방탄소년단 리더 RM(본명 김남준·25)은 영어로 이 같이 말하며 "대단한 아티스트들과 이 무대에 서 있다는 게 아직 믿기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우린 여전히 6년 전 그 소년들이다"며 "계속해서 함께 최고의 꿈을 꾸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탄소년단이 한국 가요사(史)에 또 하나의 획을 그었다. 이날 방탄소년단은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중 하나인 빌보드뮤직어워즈에서 '톱 듀오/그룹', '톱 소셜 아티스트' 두 부문을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다. 한국 가수가 이 시상식에서 2관왕에 오른 것도 처음인 데다가 본상인 '톱 듀오/그룹'을 받아 더 뜻 깊은 것으로 평가된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톱 듀오/그룹' 상은 빌보드뮤직어워즈 안에서도 주류 부문이라는 점에서 방탄소년단이 미국 시장에서 안착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초 방탄소년단의 수상 가능성은 절반 정도로 예측됐다. 함께 후보에 오른 이매진 드래곤스, 마룬5, 댄&셰이, 패닉 앳 더 디스코가 모두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쟁쟁한 뮤지션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상 시상식 직전 방탄소년단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영향력을 지표로 삼는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3년 연속 거머쥐고, 시상식장 제일 앞줄에 좌석배치를 받자 수상 기대감도 커져갔다. 시상식장 곳곳에 포진한 아미는 방탄소년단이 카메라에 잡힐때마다 장내가 울릴 듯 한 함성으로 화답해 빌보드시상식장이 K팝 공연장을 방불케했다.
방탄소년단은 이번 수상을 통해 팝 음악 소비 행태를 바꾸고 있음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병욱 음악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이 받은 '톱 듀오/그룹' 부문에는 아시아 아티스트는 물론이고 비(非)영어권 아티스트가 후보에 오른 전례가 없었다"며 "영미권이 아닌 제3세계 출신 아티스트에 대한 미국 주류 음악시장에서의 시각 변화를 강하게 감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해석했다.

공연 순서에서도 방탄소년단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었다. 방탄소년단 공연 순서가 퍼포먼스를 선보인 전체 15팀 중에선 14번째에 배치된 것이다. 마돈나와 머라이어 캐리, 켈리 클라크슨 등 기라성같은 팝스타들의 뒤이자 피날레 무대인 폴라 압둘 바로 앞 순서였다. 무대에 오른 방탄소년단은 신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라이브를 선보였다. 켈리 클라크슨은 " 이 슈퍼그룹은 오늘 벌써 2회 수상했다"며 "이들은 모든 스트리밍 기록을 격파하고 있다. 오늘 라이브로 월드 프리미어 무대를 선사한다"며 이들 무대를 소개했다. 정장 차림에 운동화를 신은 방탄소년단은 특유의 칼군무를 떠오르는 팝스타 할시와 함께 선보여 올해 시상식에서 가장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 환갑인 마돈나는 마술쇼 같은 공연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콜롬비아 출신 팝스타 말루마와 함께 '메델린'(Medellin)을 부르며 홀로그램 댄서들을 등장시켜 여전한 무대 장악력을 과시했다. 7분 동안 이어진 이번 무대를 위해 그는 개인 돈 500만 달러(약 58억원)을 지출했다. 피날레를 장식한 폴라 압둘(57)은 격렬한 안무가 곁들여진 라이브 무대를 펼치며 호응을 얻었다.
대상격인 '톱 아티스트'는 캐나다 출신 싱어송라이터 드레이크가 받았다. 그는 이 상 외에도 '톱 빌보드 200 아티스트' 등 도합 12개 부문을 석권하며 자신의 시대임을 천명했다. 여성 아티스트 중에는 '톱 랩 피메일 아티스트(최고 랩 여성 예술가)'를 비롯해 6개 부문(피처링 곡 포함)을 휩쓴 래퍼 카디비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황선업 평론가는 "드레이크는 작년에 몇 십 주 이상을 돌아가며 빌보드 1위를 했던 아티스트로 가장 트렌디한 노래를 부르고 있어 당분간 독주가 예상된다"며 "카디비는 스트리퍼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녹여내는 랩을 보여주며 니키 미나즈도 걷지 못했던 여성 래퍼의 새 길을 걷고 있다"고 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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