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5월 1일 뉴스초점-'폭행당하는' 학대 조사원

"내가 내 새끼 때려죽이든 말든 상관하지 말고 가라고"
-출처: 영화 '어린 의뢰인'(개봉 예정)

"대신 네 옆에 있을게. 지켜줄게."
-출처: 영화 '미쓰백'

두 영화는 아동학대, 학대받는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은 아동학대에 대한 조사부터 처벌, 사후관리까지,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을 지고 있고, 우리도 2000년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면서 국가 차원의 아동보호 체계를 갖췄습니다. 2014년엔 아동학대 처벌법까지 제정해 처벌도 강화했죠. 하지만 바로 지난달, 자신의 의붓딸을 살해하고 저수지에 버린 기가 막힌 사건이 또 발생했습니다. 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요.

이상하게도 우리나라 아동학대 관리는 국가가 아닌 민간단체에서 시작합니다. 현장 조사와 신고를 민간 아동학대 전문기관이 하면, 국가는 이를 '처벌하는 역할'만 하는 거지요. 그러니 이런 일까지 생깁니다.

학대가 의심되는 가정에 현장 조사를 나갔다가 학대 의혹이 있는 가해자에게 욕설이나 폭행, 협박을 당하기도 하고, 가해 의혹이 있는 부모가 기관 사무실에 불을 지르기도 합니다. 또 학대 의혹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보육 기관이 역으로 아동 보호 전문기관을 고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서적 학대는 좀처럼 판단이 쉽지 않은 만큼, 법원이 '학대가 아니다'라고 판결하면, 오히려 역고소를 당하게 되는 겁니다. 이러니, 어디 무서워서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있을까요.

다행히 정부가 어제, 아동학대 조사를 공공으로 전환하는 개선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아직은 관련 기관들과의 협의와 예산 문제 등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시작을 했으니 다행으로 여겨야겠지요.

지난해 학대 피해로 보호받고 있는 아이들은 2만 4천 명이 넘습니다. 이 아이들에게 국가가 안전하게 지켜주겠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길 바랍니다. 어린이가 가장 행복해야 할 이 5월에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