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세먼지 저감대책 중 하나로 인공강우 실험을 추진하고 있지만 인공강우로 고농도 미세먼지를 씻어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전문가들이 제기해온 지적이 실제 관측을 통해 입증된 것이다.
1일 한국기상학회에 따르면 염성수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팀은 2010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 사이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한 날은 평균적으로 습도가 낮아 구름이 생성되기 어렵고, 이런 조건에서는 비를 내릴 수 있을 정도의 인공강우를 성공시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인공강우는 구름 속 수증기가 잘 뭉쳐 빗방울로 떨어질 수 있도록 구름씨(응결핵)를 뿌려 주는 것을 말한다.
이는 서울관측소의 시간당 구름의 양과 미세먼지(PM10) 농도,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의 재분석 기상자료 등을 활용해 일평균 PM10 농도가 '매우 나쁨'(150㎍/㎥ 이상) 수준인 날의 인공강우 성공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 결과는 오는 2∼3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열리는 '2019년 한국기상학회 대기물리·환경 및 응용기상분과 봄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연구진의 관측 결과에 따르면 관측 기간 동안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수록 구름의 양은 줄어들었다. 특히 한반도에서 고농도 미세먼지 사례가 발생할 때는 대기 중에 존재하는 액체 상태 물의 총량을 뜻하는 '액체수경로(LWP)'와 얼음의 총량을 뜻하는 '빙정수경로(IWP)'가 보통 때보다 각각 10분의 1, 3분의 1 수준으로 적었다. 고농도 미세먼지는 한반도가 고기압 영향권에 들어가 대기 정체가 일어날 때 발생하는데 이 경우 날씨가 맑기 때문이다. 수분이 없으면 인공강우를 실시해도 비를 내릴 수 없다. 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인공강우가 고농도 미세먼지 저감대책으로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직접적으로 보여 준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입자 크기가 2.5㎛(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이하인 초미세먼지(PM2.5)의 경우 비가 내린다 하더라도 잘 씻겨 내려가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대기과학자인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자연적으로 비가 내릴 때도 미세먼지가 씻겨 내려가는 것은 빗방울 때문이 아니라 비를 내리는 저기압 조건에서의 강한 바람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지적했다.
55년간 가뭄 대책으로 인공강우 기술을 연구한 미국 과학계는 이미 2003년 '미국국립과학원 날씨 조절 종합보고서'를 통해 인공강우는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일부 국가에서 수행된 인공강우 역시 마른 하늘에 비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연적으로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빗물의 양을 좀 더 늘려 주는 증우였다.
[송경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