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이라는 일각의 비관적 전망과 관련, "2분기 경제 지표가 나오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급등한 원/달러 환율과 관련해서는 달러화 강세 기조와 국내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지만, 한국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털)은 우려되지 않으며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과거와 달리 제한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총재는 오늘(1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및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열리는 피지 난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처럼 말했습니다.
이 총재는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1%대 후반으로까지 하향 조정한 민간의 경제전망이 나온 것에 대해 "1분기 마이너스(-0.3%) 성장률 발표가 나온 이후 몇몇 기관이 전망치를 크게 낮춘 것으로 안다"며 "1.8% 성장 전망은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범위에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노무라금융투자가 지난달 26일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1.8%로 낮추는 등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 발표 직후 일부 기관이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바 있습니다.
이 총재는 채권시장에서 최근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것과 관련해서도 "시장이 앞서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진단했습니다.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어제(4월 30일) 연 1.699%를 나타냈습니다. 기준금리(연 1.75%)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와 기준금리 간 역전 현상은 금리 인하의 전조로 여겨집니다.
이 총재는 "경기와 물가에 대한 전망, 금융안정 상황을 감안할 때 현재로서는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해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그는 "1분기에 이례적인 요인도 있어 2분기에는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며 "1분기에 너무 경도되지 않고 2분기 (지표를) 보면 지금과는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에 대해서는 "4월 들어 달러화 강세를 비롯해 외국인 투자자의 배당금 송금 등 계절적 요인이 있었다"며 "여기에 1분기 성장률 지표가 마이너스로 나오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더해졌다"고 배경을 분석했습니다.
다만 이 총재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외화 차입 가산금리 등 외환건전성 지표를 보면 상당히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경제 기초여건에 대한 (해외의) 우려는 현재로선 감지할 수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4월 들어 30원 넘게 오르며 어제 2년 3개월여 만에 최고치인 1,168.2원을 나타냈습니다.
한편 환율상승이 수출 회복에 기여하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기대에 대해서는 "환율이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낮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총재는 "최근 수출입을 잘 분석해 보면 우리 수출이 고품질 하이엔드 제품 위주인 데다 국제시장에서 가격경쟁보다는 품질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라며 "가격경쟁력이 중요한 저가품 위주로 수출하던 때와는 달라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 총재는 반도체 산업 의존도가 커진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을 강조했습니다.
이 총재는 "반도체가 최근 1∼2년간 경제를 이끌어오면서 긍정적 역할을 했지만, 특정 산업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대외 환경 변화에 대한 취약성도 함께 커졌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럼에도 구조개선이나 경제 체질개선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주력 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 주도 산업은 나타나지 않아 경제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이 총재의 우려입니다.
그는 "정부가 중장기 재정정책을 수립할 때 생산성 제고와 구조개혁을 통해 궁극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의 이번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대해서는 "이미 올해 예산 규모가 확장적인 데다 여기에 추경이 더해진다면 성장률을 높이는 데 다소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정치 일정으로 (추경안 처리 시점이) 불투명한 현 상황에서는 기존 예산이 효율적으로 집행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