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부, 문제 없다더니 슬그머니 깎아줘
입력 2019-04-30 22:13 
◆ 주택 공시가 후폭풍 ◆
주먹구구 공시가 산정도 또 한 번 드러났다. 지난 3월 공표된 예정가격에서 서울 용산구 문배동 아크로타워 102동 30××호 전용 84㎡의 공시가격은 6억8500만원, 101동 30××호 전용 126.3㎡는 6억8100만원으로 작은 면적 공시가가 큰 면적 공시가격을 역전했다.
불만이 쇄도하자 정부는 이번에 전용 126.3㎡의 공시가를 7억700만원으로 올리고 전용 84㎡는 6억2200만원으로 6000만원이나 깎았다. 같은 동 같은 층에 면적만 다른데 공시가격은 역전됐던 서초 현대아파트도 가격을 조정했다. 5억9100만원이던 전용 53.01㎡는 5억4000만원으로 낮춘 반면에 5억7900만원이던 전용 59.4㎡는 가격을 유지했다. 정부는 올해 공시가격에 대한 의견을 2만8735건 접수했는데 이 중 6183건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격 조정 이유가 불투명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여전히 많다.
같은 단지에서 면적에 따라 조정 여부가 갈린 경우도 있었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의 경우 전용 84㎡의 공시가격은 3월 12억3200만원에서 12억2400만원으로 소폭 낮아졌으나 전용 59㎡는 변동이 없었다. 통상 가격대가 높은 아파트 고층보다 저층에서 공시가 상승률이 더 높게 나타난 경우도 있었다. 반포 미도2차 50×동 2층(전용 71.49㎡) 공시가격은 작년 6억7400만원에서 올해는 8억1600만원까지 21.07% 뛰었다. 하지만 같은 동 같은 면적의 14층은 공시가격이 7억3600만원에서 8억5600만원으로 16.3% 오르는 데 그쳤다. 근처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저층과 고층 시세는 같은 평형일 경우 1억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 아파트의 한 주민은 "고층보다 저층의 공시가격 상승률이 높은 게 이해가 되지 않는데 감정원에 문의해도 정확하게 답변을 해주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공시가를 매긴 한국감정원은 앵무새처럼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 중이다.
한국감정원 주택공시처 관계자는 "이의 의견을 제출한 단지를 대상으로 주변 단지 간, 단지 내부 간 균형을 살펴봐서 조정할 필요가 있으면 받아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특정 단지 공시가격 조정에 대한 배경을 묻자 해당 지사에 문의해야 한다고만 답변했다. 하지만 일부 지사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국감정원 서울강남지사에 도곡렉슬 공시가격 변동 이유를 여러 번 문의했으나 "담당 직원들이 거의 다 외부 출장 중이고, 담당자가 자주 바뀌어서 나중에 연락을 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박인혜 기자 / 손동우 기자 / 전범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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