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를 생산·공급하는 업체) 분야 세계 1위 목표를 위해 정부도 적극 돕겠다고 강조했다. 또 팹리스 분야(반도체를 설계·판매하는 업체)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문대통령은 30일 오후 경기 화성의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오늘 국민 보고는 메모리반도체 분야 세계 1위를 도약대 삼아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이며, 지금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한국산 제품에 '첨단'을 넘어 '미래'를 담는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이 국내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며, 현직 대통령의 방문은 2015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평택 반도체 단지 기공식 참석 이후 약 4년 만이다. 이번 사업장 방문으로 올해에만 문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만남은 5번째다.
이어 문 대통령은 "시스템반도체 분야 도전이 성공하면 명실상부한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한국은 미래를 만드는 나라, 우리 제품은 미래를 선도하는 제품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템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다양한 기능을 집약한 시스템을 하나의 칩에 담은 반도체로, 정부가 바이오헬스, 미래차와 함께 신성장동력 '3대 기둥'으로 꼽는 분야다.
앞서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 세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바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이 "(삼성전자의) 원대한 목표 설정에 박수를 보내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응답하면서 정부와 삼성 간 긴밀한 경제 협력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성공하려면 사람·기술에 대한 투자와 산업 생태계 경쟁력이 중요하다"며 "설계기업 팹리스와 생산기업 파운드리의 협력·상생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사람·기술에 집중 투자하겠다"며 "반도체 분야 국가 R&D(연구개발)를 확대하고 유망 수요 기술은 정부 R&D에 우선 반영하겠다. 내년부터 1조원 수준의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 차세대 반도체 원천기술을 확보하겠다"고 언급했다.
또 정부 R&D와 연계해 연구인력을 키우고 계약학과 등을 신설해 전문인력을 키우는 한편, 분야별 실무교육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팹리스 전용 펀드를 신규 조성하고 성장단계별 지원 체계를 구축해 창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우리 팹리스 업체가 가장 어려움을 겪는 창업·설계·시제품제작에 이르는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도록 정부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세계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2002년 이래 현재까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시스템반도체 분야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1.5배 이상 큰 시장으로 앞으로 로봇·바이오·자동차 등 산업 전 분야에 활용되면 2022년에는 3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성공하려면 사람·기술에 대한 투자와 산업 생태계 경쟁력이 중요하다"며 "설계기업 팹리스와 생산기업 파운드리의 협력·상생을 강화해야 한다"고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내수시장을 위해 공공분야부터 열겠다"며 "지능형 검침기, CCTV를 비롯한 에너지·안전·교통 등 대규모 공공사업과 연계한 수요를 발굴하겠다. 공공분야에서 2030년까지 2600만개, 2400억원 이상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시장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자동차, 로봇 등 5대 제조업과 5G 연관 산업, 시스템반도체 업체 간 협력체계를 구축해 민간 영역 수요 창출의 마중물이 되겠다"고 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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