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한의원의 독특한 채용 공고가 온라인상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의원 채용공고 레전드'라는 제목과 함께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사진은 경기도 고양시의 한의원에서 일할 간호조무사의 자격 요건과 근무 환경에 관해 설명하는 구인 공고 글을 캡처한 것이었다.
이 게시물은 조회수 2만9000건을 돌파하고 3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는 등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기업 채용 공고에서 흔히 보기 힘든 독특한 조건들이 지원 요건으로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공고 작성자에 따르면 채용 분야의 지원자가 갖춰야 하는 필수 조건은 크게 세 가지다. 자리를 잘 지키고 약을 시키는 대로만 달여야 하며, 무엇보다 말이 없어야 한다. 특히 공고 작성자는 "원장과 절대 친해질 수 없다"면서도 "친해질 마음만 없으면 재미있게 지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사람 안 만나고 혼자 있는 게 좋은 사람', '살림 좋아하는 사람' 등 기업이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인재상과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유형이 지원 조건에 나열돼 있다.
업무 내용에 관한 설명도 독특하다. 작성자는 "업무는 모든 것이 정해져 있으므로, 내 생각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다"며 "컵과 펜을 놓는 위치도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40페이지짜리 매뉴얼 안에 업무에 관한 모든 내용이 적혀 있어 자율적인 결정을 내리는 행위가 일체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작성자는 그러면서도 "업무 외에는 원장이나 환자의 간섭이 없으므로 익숙해지면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메신저는 물론 인터넷, 독서, 공부 등 업무에 지장이 가지 않는 선에서 개인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한다는 것이 작성자의 설명이다.
독특한 채용 공고가 알려지자 온라인상에 누리꾼들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그 중에서는 지원 의사를 내비치는 이들도 있었다.
잦은 회식과 불필요한 친목에 피로를 느꼈다는 일부 누리꾼들은 "쓸 데 없는 수다 안 떨어도 되는 거 너무 좋다" "개인주의자인 나를 위한 곳이다" 등 긍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체계가 없는 주먹구구식 업무보다는 하나부터 열까지 매뉴얼이 정해져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속 편하다는 이들도 있었다.
반면 자유롭고 소통이 활발한 사내 분위기를 지향하는 또 다른 누리꾼들은 해당 공고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이들은 "외로울 것 같다" "메뉴얼 40페이지부터 못하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디지털뉴스국 이유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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