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38명의 목격자는 한 여인의 피살을 외면했는가?
1964년, 미국 뉴욕의 한 주택가에서 키티 제노비스라는 여성이 강도의 흉기에 찔려 살해된다. 제노비스는 약 35분 동안이나 흉기에 찔려 비명을 지르면서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이 사건은 현장을 목격한 이웃 38명이 아무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큰 충격을 줬다.
영화 <어린 의뢰인>은 이 38명의 목격자가 유죄인지, 무죄인지에 대한 관객의 생각을 묻는다. 주인공 정엽(이동휘 분)은 '무죄'라고 말하는 변호사였다. 그토록 주변에 무관심하고 오직 대형 로펌에 들어가 성공하길 바라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계모인 지숙(유선 분)에게 학대를 당하여 도움을 청하는 다빈(최명빈 분)과 민준(이주원 분)이 나타난다. 두 아이를 귀찮게만 여겼던 정엽은 처음엔 이들을 외면한다. 하지만 다빈이 그렇게 사랑했던 민준을 죽였다는 충격적인 자백을 들은 뒤, 큰 미안함을 느끼며 다빈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장규성 감독이 '실화'를 대하는 조심스러운 자세
<어린 의뢰인>은 2013년 경북 칠곡군에서 일어난 '계모 아동학대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실화 영화라는 점에서 큰 화제가 됐다. 계모의 상습적인 학대로 친동생이 죽었으나, 동생의 친언니가 자신이 동생을 죽였다고 거짓으로 자백하면서 큰 논란이 된 사건이다. 장규성 감독은 2015년부터 긴 호흡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의 소재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고민도 많았고 제작이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감독이기 이전에 딸 아이 셋을 둔 아빠로서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한다. 그저 공개 자체에 의미를 두자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장 감독의 조심스러운 연출이 느껴진다. 자극적인 아동 학대 장면은 최소한으로 표현했다. 장 감독은 아역 배우들이 연기를 하면서 실제와 연기를 혼동하지 않을까 크게 우려했다. 영화 시작부터 심리치료사가 수시로 배우들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촬영했다고 한다. 실화가 소재인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부분은 좋았다. 하지만 전체적인 진행은 다소 지루하다. 예상된 흐름에 예상된 결론이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 또한 우연이 가득하고 작위적이다. 아동학대 현실은 영화와는 너무도 다르다. CCTV 증거도, 아이가 학대를 당했다는 증언을 받아내기도 어렵다.
5월 가정의 달 개봉…<어린 의뢰인>이 주는 메시지는?
"당신은 이 아이를 외면하시겠습니까?"
<어린 의뢰인>에서는 외면하는 어른에 대해 끊임없이 보여준다. 영화 초반의 정엽이 그러했다. 다빈과 민준이 학대 당하며 우는 소리를 들은 주민들은 "또 시작이네", "우리 애도 아닌데 괜히 신경 쓰지 말자"고 말하며 외면하는 태도를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대형 로펌 대표에게 다빈이를 절실하게 돕고 싶다는 정엽에게 "계모 밑에서 태어난 아이는 재수가 없는 거다"라고 말한다. 영화에서는 끊임없이 외면당하는 다빈이를 보여주며, 이에 외로워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속해서 보여준다.
영화는 끊임없이 질문한다. 이 아이를 외면하겠냐고, 지금까지 외면하지 않았느냐고. 우연히도 이 영화는 5월 가정의 달에 개봉한다. 더 의미가 있다. 그만큼 따뜻한 가정에서 행복하게 자라는 아이들도 있지만, 다빈이와 같은 아이들도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4년 사이에 아동학대로 숨진 아이들은 112명에 이른다. 외면하는 우리에게,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동휘·유선의 연기 변신, 아역 배우들의 열연이 빛나다
이동휘는 전작 <극한직업>, <부라더>에서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어린 의뢰인>에서는 웃기지만 진지한 이동휘의 모습을 기대해도 좋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는 이동휘는 철저한 작품 분석과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하는 집중력을 보였다. <돈 크라이 마미>에서 뜨거운 모성애를 보여줬던 유선은 서늘한 눈빛만으로도 공포를 조성하는 계모로 완벽 변신한다. 아동학대 예방 홍보대사로도 활동하는 그는 아동을 학대하는 장면을 찍을 때 그렇게나 힘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영화에 참여하고자 했던 목적만을 생각하며 책임감 있게 임했다고 한다. 열연이 돋보인다.
아역 배우들은 두말할 것 없다. 수백 명의 예심을 거쳐 캐스팅됐다는 최명빈과 이주원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관객의 마음에 와닿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아이다운 순수함이 잘 드러나는 아역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했다는 장 감독의 의도가 잘 표현된 듯하다. 그 외에 고수희, 서정연, 원현준, 김보연 등 조연들의 열연도 영화의 감초같은 역할을 한다.
영화는 5월 22일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114분.
[MBN 온라인뉴스팀 임하경 인턴기자]
1964년, 미국 뉴욕의 한 주택가에서 키티 제노비스라는 여성이 강도의 흉기에 찔려 살해된다. 제노비스는 약 35분 동안이나 흉기에 찔려 비명을 지르면서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이 사건은 현장을 목격한 이웃 38명이 아무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큰 충격을 줬다.
영화 <어린 의뢰인>은 이 38명의 목격자가 유죄인지, 무죄인지에 대한 관객의 생각을 묻는다. 주인공 정엽(이동휘 분)은 '무죄'라고 말하는 변호사였다. 그토록 주변에 무관심하고 오직 대형 로펌에 들어가 성공하길 바라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계모인 지숙(유선 분)에게 학대를 당하여 도움을 청하는 다빈(최명빈 분)과 민준(이주원 분)이 나타난다. 두 아이를 귀찮게만 여겼던 정엽은 처음엔 이들을 외면한다. 하지만 다빈이 그렇게 사랑했던 민준을 죽였다는 충격적인 자백을 들은 뒤, 큰 미안함을 느끼며 다빈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장규성 감독이 '실화'를 대하는 조심스러운 자세
영화 <어린 의뢰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린 의뢰인>은 2013년 경북 칠곡군에서 일어난 '계모 아동학대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실화 영화라는 점에서 큰 화제가 됐다. 계모의 상습적인 학대로 친동생이 죽었으나, 동생의 친언니가 자신이 동생을 죽였다고 거짓으로 자백하면서 큰 논란이 된 사건이다. 장규성 감독은 2015년부터 긴 호흡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의 소재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고민도 많았고 제작이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감독이기 이전에 딸 아이 셋을 둔 아빠로서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한다. 그저 공개 자체에 의미를 두자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장 감독의 조심스러운 연출이 느껴진다. 자극적인 아동 학대 장면은 최소한으로 표현했다. 장 감독은 아역 배우들이 연기를 하면서 실제와 연기를 혼동하지 않을까 크게 우려했다. 영화 시작부터 심리치료사가 수시로 배우들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촬영했다고 한다. 실화가 소재인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부분은 좋았다. 하지만 전체적인 진행은 다소 지루하다. 예상된 흐름에 예상된 결론이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 또한 우연이 가득하고 작위적이다. 아동학대 현실은 영화와는 너무도 다르다. CCTV 증거도, 아이가 학대를 당했다는 증언을 받아내기도 어렵다.
5월 가정의 달 개봉…<어린 의뢰인>이 주는 메시지는?
"당신은 이 아이를 외면하시겠습니까?"
영화 <어린 의뢰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린 의뢰인>에서는 외면하는 어른에 대해 끊임없이 보여준다. 영화 초반의 정엽이 그러했다. 다빈과 민준이 학대 당하며 우는 소리를 들은 주민들은 "또 시작이네", "우리 애도 아닌데 괜히 신경 쓰지 말자"고 말하며 외면하는 태도를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대형 로펌 대표에게 다빈이를 절실하게 돕고 싶다는 정엽에게 "계모 밑에서 태어난 아이는 재수가 없는 거다"라고 말한다. 영화에서는 끊임없이 외면당하는 다빈이를 보여주며, 이에 외로워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속해서 보여준다.
영화는 끊임없이 질문한다. 이 아이를 외면하겠냐고, 지금까지 외면하지 않았느냐고. 우연히도 이 영화는 5월 가정의 달에 개봉한다. 더 의미가 있다. 그만큼 따뜻한 가정에서 행복하게 자라는 아이들도 있지만, 다빈이와 같은 아이들도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4년 사이에 아동학대로 숨진 아이들은 112명에 이른다. 외면하는 우리에게,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동휘·유선의 연기 변신, 아역 배우들의 열연이 빛나다
영화 <어린 의뢰인> 정엽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어린 의뢰인> 지숙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동휘는 전작 <극한직업>, <부라더>에서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어린 의뢰인>에서는 웃기지만 진지한 이동휘의 모습을 기대해도 좋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는 이동휘는 철저한 작품 분석과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하는 집중력을 보였다. <돈 크라이 마미>에서 뜨거운 모성애를 보여줬던 유선은 서늘한 눈빛만으로도 공포를 조성하는 계모로 완벽 변신한다. 아동학대 예방 홍보대사로도 활동하는 그는 아동을 학대하는 장면을 찍을 때 그렇게나 힘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영화에 참여하고자 했던 목적만을 생각하며 책임감 있게 임했다고 한다. 열연이 돋보인다.
영화 <어린 의뢰인> 다빈과 민준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역 배우들은 두말할 것 없다. 수백 명의 예심을 거쳐 캐스팅됐다는 최명빈과 이주원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관객의 마음에 와닿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아이다운 순수함이 잘 드러나는 아역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했다는 장 감독의 의도가 잘 표현된 듯하다. 그 외에 고수희, 서정연, 원현준, 김보연 등 조연들의 열연도 영화의 감초같은 역할을 한다.
영화 <어린 의뢰인> 포스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5월 22일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114분.
[MBN 온라인뉴스팀 임하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