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4월 29일 뉴스초점-법은 국민만 지키는 겁니까?

제자에게 캔커피 하나를 선물 받은 교수는 김영란 법을 어겼다며 신고됐지만, 지인의 재판을 청탁한 정치인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고, 퇴임하는 선배 교수에게 후배 의사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골프채를 선물한 건 문제가 됐지만, 대한노인회 소속 경로당 회원들에게 식사와 교통편을 제공한 구청장은 무혐의. 물론 교수들이 처벌을 받진 않았지만, 법적 문제가 생겼을 때 일반인과 정치인이 느끼는 강도는 천차만별이지요.

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3년 전 한 공무원 남성이 부서장과 식사를 하며 자신의 여자친구를 소개했습니다. 1인당 3만 원이 넘었지만, 여자친구를 인사시키는 자리니 본인이 식사비를 지불했지요. 하지만, 본인과 부서장 모두 밥값의 두 배에 달하는 과태료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고마움과 존경, 정성을 표하는 경우도 까딱 잘못하다간 법에 의해 처벌받는 사회, 그래서 국민들은 행동 하나, 생각 한 번도 조심스럽습니다. 나뿐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불편한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국회의원만 빼고, 말입니다.

사실 국회 역시, 묵은 병폐를 없애기 위한 그들만의 법이 있긴 있습니다. 국회 선진화법이지요. 다수당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과 폭력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인데, 회의를 못 하게 막고, 연장으로 공공 기물을 파손하고, 폭행에, 성추행 의혹까지. 멀쩡한 법을 두고 그것도 자신들이, 자신들을 위해 만든 법을 깡그리 무시하는 건 어떻게 봐줘야 할까요. 거기다 지금은 상대를 고소해 팽팽히 대립하고 있지만, 당리당략에 따라 일순간 합의도 가능한 상황. 고소는 취하하면 그만이거든요. 아무런 처벌도 없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말이지요.

'우리 사회 병폐를 없애겠다.' 김영란법과 국회선진화법 모두 이를 목적으로 만든 건데, 국민들은 몇백 원에도 벌벌 떨고, 그보다 더한 해외 토픽감의 행위를 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오히려 법을 무시하는 사회. 결국, 법 앞에 약자는 국민뿐인 건가 싶어 슬퍼지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