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高금리에 환차익까지…돈 몰리는 달러채권
입력 2019-04-29 17:51  | 수정 2019-04-29 19:52
한국과 미국 간 금리역전 현상으로 투자자가 몰려왔던 달러 채권 투자가 최근 강달러 현상으로 수익률이 호전되면서 투자자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연초 대비 달러 가치가 5% 오른 상황이지만 투자 전문가들은 환차익을 염두에 두기보단 포트폴리오 분산과 헤지 차원에서 달러 채권을 섣불리 매도하지 않는 투자 전략을 권하고 있다.
2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달 26일까지 넉 달에 못 미치는 기간에 매수된 미국 채권(국채·회사채 포함)은 43억9578만달러로 작년 하반기 42억3630만달러를 벌써 넘어섰다. 달러 채권의 매수는 한미 금리 역전이 가시화된 지난해부터 크게 늘어서 2017년 24억5122만달러에서 작년에는 55억2337만달러로 125% 늘어났다.
지난해 미국이 계속 기준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한국 통화당국은 경기 부진으로 금리를 따라 올릴 수 없는 처지가 되면서 양국의 금리 차는 벌어져 갔다. 현재 국채의 경우 50~70bp, 회사채는 100bp 정도로 금리 차이가 난다. 미국 국채 3년물 금리는 2% 중반대로 국내 제1금융권 금리보다 높기 때문에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달러 국채 투자 수요가 크게 늘었다. 삼성증권이 올 초 1억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자사 고객 107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설문에 참가한 투자자 중 40.1%가 해외 채권형 상품을 유망 상품으로 꼽았다. 고객들의 달러 투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증권사들이 달러 채권 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천하면서 올 들어 이달 26일까지 미래에셋대우는 미국 국채를 779억원, 삼성증권은 1120억원을 중개했다. 두 증권사가 달러 중개를 거의 도맡아 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2000억원이 넘는 금액이 리테일에서 판매된 것이다. 해외채권의 경우 증권사가 판매할 수 없고 중개만 가능한 상품이라는 한계에도 증권사들이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그동안 달러채권은 국내 채권에 비해 최저 매매 단위가 크고 환전, 세제 등 관련 매매절차도 복잡해 일반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투자 대상이었다. 그러나 삼성증권이 올해 미국국채의 투자저변 확대를 위해 최소매매 단위를 업계 최저수준인 미화 1만달러(약 1150만원)로 낮추며 달러 채권 투자를 활성화했다.

달러 채권 투자자들은 그동안 국내 채권에 비해 높은 금리에 만족해 왔다. 여기에 최근 달러당 원화값 약세로 원화 환산 수익이 더욱 늘어나 일석이조 효과를 얻게 됐다. 달러당 원화값은 연초 1118원이었다가 지난 25일에는 1163원까지 약세를 나타냈다. 2017년 7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경상수지 악화와 1분기 GDP 쇼크, 4월 배당금 환전 수요 등 여러 요인이 겹쳐 환율이 오버슈팅한 것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 호조에 비해 미국 외 국가들의 경제 펀더멘털 여건이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라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연초에 비해 원화가 달러에 대해 4% 가까이 약세를 나타낸 까닭에 달러 채권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달러화 가치가 갑작스럽게 많이 오르다 보니 보유하고 있는 달러 채권을 지금 팔아서 환전해 차익실현을 해야 하는지 문의하는 투자자들도 많다"고 전했다. 1년치 쿠폰 이자율을 훌쩍 넘는 수익을 환차익으로 거둘 수 있다 보니 차익을 실현하고 싶은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채권 투자의 속성상 장기로 복리 효과를 누려야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달러 채권 투자는 통화 분산과 위험 헤지 차원에서 오래 보유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박태근 삼성증권 글로벌채권팀장은 "국내 투자자들의 대부분 자산이 주식과 비달러 자산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감안하면 포트폴리오 다양화 차원에서 달러 채권은 계속 보유하는 게 낫다"며 "특히 달러 채권은 계속해서 국내 채권보다 높은 쿠폰 금리를 얻을 수 있고 다른 위험자산과 상관성이 낮은 안전자산이라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달러 채권은 환전수수료와 중개수수료를 감안하면 잦은 매매는 수익률을 낮춘다. 현재 환전수수료가 1달러당 0.5%가량 되고 중개수수료 역시 채권의 만기에 따라 다르지만 1%가량을 선취수수료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달러 채권 중에서는 현재 미국 경기 호조세가 계속될 것이라 전망되는 까닭에 국채보다는 투자등급 회사채, 하이일드 채권의 전망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박 팀장은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라 무위험자산인 국채보다는 투자등급 회사채로 투자 수요가 몰릴 것"이라 전망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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