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분양 계약금 깎아주고 무상옵션까지 내놔
입력 2019-04-29 17:40  | 수정 2019-04-29 19:40
악화된 청약 시장으로 인해 계약금 비율을 낮추는 분양 단지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26일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감일 에코앤 e편한세상` 주택전시관에 방문객들이 몰려 있다. [사진 제공 = 대림산업]
부동산 열기가 식으면서 올해 청약시장에서 계약금 비율을 낮추고 무상 지원을 확대하는 단지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청약 성적이 단지별로 들쑥날쑥하면서 작년엔 신청자들에게 부담이 컸던 청약 조건들이 상당 부분 완화됐다는 평가다.
29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수도권 등 소위 인기 지역 청약단지들은 계약금 비중을 대폭 낮추거나 중도금을 무이자로 제공하는 등 고객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계약금 10%(분양가 대비)를 내건 단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상승세가 이어졌던 작년만 해도 계약금 20%가 대세처럼 자리 잡았지만 꺾인 부동산 분위기가 계약금 비율 감소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로 인해 20·60·20(계약금 20%·중도금 60%·잔금 20%)으로 이뤄진 분양대금 납부 방식 역시 10·60·30(계약금 10%·중도금 60%·잔금 30%)으로 회귀하는 분위기다. 올해 계약금 10%를 내건 단지는 수도권에만 10여 개에 달한다. 평균 31.1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를 비롯해 수도권에만 12개가 넘는다.
반면 작년에 인기를 모은 주요 단지 상당수가 계약금 20%를 내걸었다. 작년 서울에서 가장 높은 평균 경쟁률을 기록한 서울 은평구 'DMC SK뷰'(평균 91.6대1)가 대표적이다. 역세권 입지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로 관심을 모은 끝에 계약금 20% 부담이 무색할 정도로 높은 청약 경쟁률로 1순위 마감했다.
강남권 '로또 분양'으로 불리며 평균 경쟁률 24대1로 마감한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 라클라스' 역시 계약금 20%에도 불구하고 성공리에 분양을 마쳤다. 분양가가 17억원 선인 전용 84㎡의 경우 계약금만 3억원이 넘는다. 특히 투기과열지구는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로 중도금 대출이 줄어드는 만큼 계약금을 늘리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올해 청약시장 분위기가 한풀 꺾이기 시작하며 분양에 나선 시공사들이 완화된 요건을 내걸기 시작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13.8대1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16대1보다 낮아지고 있다. 특히 서울 분양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지난해 4분기 37.5대1에서 올해 1분기 8.6대1로 급락했다. 청약가점도 서울은 1순위 마감 단지 기준 지난해 4분기 57점에서 44점으로 낮아지며 한풀 꺾인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작년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가격이 떨어졌지만 청약시장은 연말까지 견고하며 청약 불패를 이어가는 듯했다"면서 "하지만 규제 무풍지대로 불렸던 청약시장마저 올해 들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며 분양시장 분위기도 수요자 강세로 돌아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올해 초 3년 만에 처음 등장한 서울 아파트 미분양 사태는 계약금 비율 축소에 직격탄을 날렸다. 계약금 20%를 내걸었던 서울 광진구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는 분양 초기 미계약분이 급증해 어려움을 겪었다. 시행사는 결국 계약금 비율을 20%에서 10%로 낮추고 직접 연대 보증을 통해 중도금 대출 비율을 늘리며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결국 최근 몇 달간 미분양 해소에 성공하며 계약금 비율 축소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해당 단지와 마찬가지로 중도금 무이자, 발코니 무상 확장 등 각종 무상 혜택을 전면에 내세운 아파트 분양 단지도 늘어나고 있다. 4월 초 대림산업이 고양시 일산서구 경의중앙선 일산역 주변에서 공급한 'e편한세상 일산 어반스카이'는 발코니 무상 확장을 서비스로 내걸었다.
한화건설이 지난 19일 견본주택을 오픈한 경기도 용인시 동천동 '수지 동천 꿈에그린'은 계약금 10%에 중도금 60%를 무이자로 분양했다.
이처럼 청약시장 조정 분위기로 인해 강남권 일부 단지를 제외한 서울·수도권에서 수요자들에게 적은 부담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전망이다. 대우건설이 다음달 분양하는 서울 동작구 사당동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은 전용면적 59㎡와 84㎡의 계약금 비중을 10%로 낮출 예정이다. 사당3구역을 재건축하는 이 아파트는 총 514가구이며 전용면적 41~84㎡ 153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포스코건설은 전북 군산 디오션시티 A4블록에서 5월 초 공급하는 '디오션시티 더샵'은 계약 조건을 계약금 10%에 중도금 60%를 무이자 혜택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계약금 비율이 낮고,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주는 단지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며 "다만 주변 시세나 단지의 입지, 미래 가치에 대한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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