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민연금 `우량 대형주 집중전략` 통했다
입력 2019-04-29 17:36  | 수정 2019-04-29 19:35
글로벌 증시 반등과 함께 국민연금 수익률이 빠르게 되살아나고 있다. 올해 들어 2월까지 25조원에 육박하는 수익을 거두면서 지난해 손실 6조원을 크게 만회했다. 국민연금은 시장 비교지수(벤치마크지수)에 비해서도 양호한 성과를 내고 있는데, 대형 우량주를 중심으로 한 투자와 개별 종목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국민연금의 투자 성과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29일 국민연금은 2월 말 기준 올해 기금 수익률이 3.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자산군별로는 국내 주식에서 9.45%, 해외 주식 11.41%, 국내 채권 0.20%, 해외 채권 1.25%, 대체투자 0.49% 수익이 났다. 국민연금은 올해 2월까지 자산군별 투자를 통해 총 24조7000억원의 수익이 난 것으로 추정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2월 말까지 기금 수익률이 3.9%를 기록한 것은 낮은 금리가 지속되는 와중에도 국내와 해외 증시가 회복세를 보인 데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기조 완화와 함께 증시의 주요 불안 요인으로 지목돼오던 미·중 간 무역협상이 진전될 것이란 기대감이 글로벌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국민연금은 국내외 주식 투자에서 벤치마크지수를 웃도는 성과를 보였다. 지난해 시장보다 못한 성적을 내며 고전하던 것과는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셈이다. 올해 들어 2월 말까지 코스피는 7.56% 상승했는데, 국민연금은 1.89%포인트가량 더 나은 성과를 냈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투자금이 120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2월까지 시장 대비 초과 수익으로 거둬들인 수익금만 2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연금의 대형 우량주 위주 포트폴리오 전략은 올해 상승장에서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신규 위탁 운용사를 선정하면서 전략을 바꿨다. 신규로 지정된 위탁 운용사가 코스닥 종목을 대거 팔아치우면서 시가총액 5000억~1조원에 해당하는 중형주 비중이 낮아지기도 했다. 실제 국내 상위 대형주로 구성된 코스피200은 연초 이후 2월 말까지 8.33% 올라 코스피보다 성과가 좋았다. 같은 기간 코스닥 상승률 8.23%도 웃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선임된 안효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 그중에서도 우량 배당주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해 말 진행됐던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연초 이후 대형주가 크게 오르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개별 종목에 대한 '옥석 가리기' 역시 국민연금의 시장 비교지수 대비 초과 성과의 배경으로 꼽힌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들어 2월 말까지 33개 종목에 대해 보유 지분을 1%포인트 이상 늘렸다. 이들 종목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9.1%로 코스피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이 중 효성 주가가 50% 급등하면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고, 웅진코웨이(27.7%) 케이씨(25.5%) 서울반도체(22.7%) 한세실업(21.7%) 등도 20% 이상의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국민연금 지분이 크게 줄어든 종목은 주가가 크게 하락하거나 시장 평균 대비 상승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올해 2월 말까지 18개 종목에 대해 보유 지분을 1%포인트 이상 줄였다. 이들 종목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6%로 코스피 대비 성과가 저조했다. 이 중 한진 주가가 20.7% 하락해 낙폭이 가장 컸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올해 초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의 조직개편이 완료되고 각 자산군을 담당하는 실장급 인선이 마무리됐다"며 "기금 운용 조직의 안정화 역시 수익률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