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허위 공시로 투자금 200억원을 모으고 이를 분쟁 상대방의 지분을 고가로 사들이는데 써버린 코스닥 상장사 전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후임 대표마저 거짓 공시로 100억원 대 투자금을 횡령해 기소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김형록)는 휴대폰카메라 부품제조업체 '지투하이소닉'의 전 대표들인 류 모씨(51)와 곽 모씨(46) 등 경영진 5명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같은 혐의를 받는 공범 박 모씨(45) 등 2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류 씨는 2016년 3월 대표직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자 협상에 나서 대립관계에 있던 최대주주의 지분을 고가에 매입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하이소닉 주가는 1주당 3000원에 불과했지만 류 씨는 최대주주의 주식을 1주당 7000원에 사주겠다고 했다. 갑자기 돈이 급해진 류 씨는 '해외 공장을 늘리고자 한다', '헬스케어 사업에 신규 진출한다'는 거짓말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투자자 390명으로부터 200억원을 끌어모았다. 이 중 173억원은 지투하이소닉의 자회사로 흘러가 류 씨가 최대주주의 지분을 비싸게 사는데 쓰였다. 최대주주가 변경되며 주가가 단기적으로 급등해 이득을 보기도 했다.
경영권은 확보했지만 회사 사정은 갈수록 악화돼 갔다. 결국 류씨는 지난해 4월 곽 씨 등 3명에게 경영권과 보유주식을 200억원에 양도했다. 그러나 후임 대표 곽 씨 역시 기업사냥꾼이나 다름없었다. 곽 씨는 지난해 7월 사채 70억원을 끌어왔으면서 마치 자기 자본이 있는 것처럼 유상증자를 허위 공시했다. 이후 이를 근거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해 100억원을 모았다. 곽씨 일당은 이 중 96억원을 횡령해 개인 빚 등을 갚는데 사용했다.
전·후임 경영진이 269억원 상당의 회삿돈을 나란히 횡령하면서 국내 유수 대기업들에 휴대폰 카메라렌즈 부품을 납품하던 지투하이소닉은 지난 12월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작년 기준 자본잠식률은 87%에 달해 현재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있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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