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실수하면 손가락 자른다" 직장갑질 여전해…신입·여성 주요 표적
입력 2019-04-29 08:35  | 수정 2019-05-06 09:05

"상사가 PPT 발표를 보조하는 직원에게 'PPT 넘기는 거 실수 한 번에 손가락 하나씩 자른다'고 말합니다."

"술을 마신 뒤 상사는 계산하지 못하겠다고 합니다. 술집 주인이 경찰에 신고하는 일까지 발생해 다음 날 제 돈으로 계좌 이체했지만 상사는 술값을 한 푼도 주지 않았습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다음 달 1일 노동절을 앞두고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100일간 제보된 15대 갑질 40개 사례를 어제(28일) 발표했습니다.

제보에 따르면 A 씨는 후배 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모욕을 퍼부었습니다.

PPT 발표에선 보조 직원에게 협박성 '엄포'를 놓는가 하면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선 직원에게 "일어서지 말라"고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B 씨는 회사 후배를 불러 술을 마신 뒤 계산하지 못하겠다고 갑자기 오리발을 내미는 방식으로 후배들에게 술값을 덤터기 씌우는 경우입니다. 술집 주인과 실랑이 끝에 경찰까지 출동한 적 있지만 B 씨는 술값을 물지 않았습니다.


신입사원과 여성은 직장 갑질의 주요 표적이었습니다.

회사가 입사 공고에 정규직이라고 밝혔고 입사 2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겠다고 했으나 취직 후 계약직이라고 공지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신입이라는 이유로 불필요한 야근을 강요하는 사례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워킹맘은 아이가 아파 출근하기 어렵다고 밝혔으나 회사 상사가 "반드시 나오라"며, "임신한 사람도 잘 다니는데 왜 회사에 피해를 주느냐"며 윽박질러 결국 출근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상사가 노래방에서 여직원들에게 노래를 잘했다며 만원, 2만원씩을 '팁' 명목으로 줘 여직원들이 '미투'를 고려하고 있다는 제보도 접수됐습니다.

노동 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병원과 스타트업체에서도 갑질 제보가 잇따랐습니다.

한 간호사는 직장 내 '태움'을 항의하다 강제로 사직서를 쓰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스타트업체 직원은 수당도 받지 못한 채 평일 평균 오전 9시에 출근해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18시간 초장시간 근무에 시달린다며 직장의 갑질을 제보했습니다.

직장갑질119는 문재인 정부가 직장인 삶 개선을 위해 70개 공약을 걸었으나 그중 10개만 실현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 도입 ▲ 용역업체 변경 시 고용·근로조건 승계 의무화 ▲ 자발적 이직자 실업급여 지급 등 공약이 실현돼야 한다며 "중요한 정치개혁을 '패스트트랙' 하는 것처럼 노동존중 법안도 패스트트랙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직장 갑질119는 노동 전문가, 노무사, 변호사들이 주도해 2017년 11월 출범한 단체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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