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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감독의 ‘위험한 말’, 단순히 넘어갈 사안인가?
입력 2019-04-29 05:10  | 수정 2019-04-29 09:35
두산과 롯데의 벤치클리어링 후 김태형 두산 감독(사진)의 막말 논란으로 뜨겁다. 사진=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사구로 인한 양상문 롯데 감독과 김태형 두산 감독의 신경전으로 불거졌던 벤치클리어링이 ‘막말 논란으로 확대됐다.
싱겁던 경기는 장외에서 더 뜨거웠다. 경기가 종료된 이후에도 화가 단단히 난 김 감독의 ‘주의를 두고 진실 공방까지 펼쳐졌다.
28일 두산이 9-2로 리드한 8회말 2사 1,2루에서 롯데 투수 구승민이 정수빈의 옆구리를 맞혔다. CT 촬영 결과, 정수빈은 오른쪽 8번 갈비뼈가 골절됐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에 쓰러진 정수빈 주위로 구승민과 두 팀 스태프가 모였다. 7회말 정병곤도 공에 맞았던 터라 두산은 고의성 의혹을 제기했다. 빈볼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충분히 의심할 만한 했다.
정수빈의 상태를 점검하러 나온 김 감독은 지난해까지 함께 생활했던 공필성 롯데 수석코치에게 몇 마디를 했다. 그 바로 앞에는 구승민이 서 있었다.
두산은 공 수석코치와 구승민에게 ‘야구 좀 잘하라는 말이었다”라고 전했지만, 단순히 가벼운 지적이 아니었다. 김 감독은 흥분한 상태였다. 권명철 두산 수석코치가 옆에서 김 감독을 만류했다.
일부 언론은 김 감독이 구승민에게 ‘투수 같지도 않은 XX가 공을 던지고 있다는 막말을 했다”라고 보도했다.

파문이 커질 수밖에 없다. 프로팀 감독이 선수에게, 그것도 상대 선수에게 욕설을 퍼붓는 건 거센 비판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몇몇 선수들은 감독, 코치를 ‘선생님으로 부르기도 한다. 아마추어 시절 습관이 아니다. 존경의 대상이라는 의미다. 어른답지 못한 행동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TV 중계를 통해 발끈한 양 감독의 발언도 들렸다. 양 감독은 벤치클리어링 후 중재하러 다가온 심판에게 왜 욕을 하고 야단치냐고. 자꾸 남의 선수한테 그건 아니잖아”라고 항의했다. 양 감독은 김 감독이 험한 말을 했다고 인지했다.
두산은 진화에 나섰다. 김 감독의 발언이 언론 보도와 다르다는 주장이다. 그 정도 ‘위험한 말을 하지 않았다며 펄쩍 뛰었다. 단, 김 감독의 발언이 거칠었다는 건 인정했다. 그 대상이 구승민이 아닌 공 수석코치였다고 해명했다.
구승민은 공 수석코치와 거리가 멀지 않았다. 김 감독의 불평이 충분히 들릴 수 있는 위치였다. 구승민의 시즌 첫 사구였다. 지난해까지 통산 5개 사구를 기록했다. 사구가 많은 투수는 아니다. 너무 놀라 경황이 없었을 구승민이 오해를 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중요한 건 김 감독이 거친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김 감독이 공 수석코치에게 사과도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단순하게 넘어갈 사안일까.
김 감독은 공개적인 장소에서 상대에게 ‘폭언을 했다. 2만219명의 관중이 잠실야구장에 있었다. 관련 영상을 수백만 사람들이 봤다. 누구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선수에게 거친 말을 안 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친분 있는 코치라 해도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 둘만 있는 비공개 자리도 아니다. 순간적으로 감정을 자제하지 못했다고 하나 그 또한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다.
KBO의 리그 규정에는 경기 중 선수단 행동 관련 지침에 욕설 금지 항목이 있다. ‘감독, 코치 또는 선수가 심판판정 불복, 폭행, 폭언, 빈볼, 기타의 언행으로 구장질서를 문란케 하였을 때라는 벌칙 내규도 있다.
최근 이 사례로 징계를 받은 건 지난해 4월 연습 투구를 포구하지 않았던 양의지가 있다. KBO 상벌위원회는 양의지에게 제재금 300만원과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80시간 징계를 부과했다. 고의성과 비신사적 행위는 아니나 오해를 살만한 부주의였다”는 게 징계 배경이었다.
양의지의 경우, 객관적인 증거 없이 정황만 가지고 추정했다. 김 감독의 말은 객관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증인도 여럿이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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