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부터 LG전자, SK텔레콤, LG화학 등 국내 대형 상장사들이 신규사업 추진에 따라 투자규모를 확대하는 가운데 시장 안팎에서는 무리한 자금 지출에 따라 신용등급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규사업이 성과를 낼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차입금 증가로 인해 재무안정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 LG화학 ▲ SK이노베이션 ▲ SK종합화학 ▲ SK텔레콤 ▲ SK브로드밴드 ▲ SK E&S 등 6개 기업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한 데 이어 한국기업평가는 ▲ LG전자 ▲ LG이노텍의 등급변동을 제시했다.
이들 기업은 주력사업의 성장 정체 가능성 등에 대응해 신규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차입금 규모가 증가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 속에서 공격적 투자에 나서면서 신용등급 하향 압력과 자금조달 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로 기업 등급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특히 LG그룹은 전자계열사의 실적이 저조한 상황에서 대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하면서 부채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LG전자는 미래성장 분야로 꼽는 전장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올해 자동차 전장사업(전자장비부품사업)에 1조원 가까이 투자한다.
그러나 회사는 지난해 4분기 807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2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데다 전체 부채비율이 위험수준으로 평가되는 200%에 이르면서 오히려 과도한 투자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LG전자의 차입금의존도는 24.59%로 직전년도(22.93%) 보다 늘어나고 있다.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의 상황도 비슷하다.
LG화학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반토막 이상 줄어들면서 어닝쇼크를 기록했으나 중대형 전지 관련 투자는 계속 확대하고 있다. 실적은 악화된 상태에서 공격 투자에 따라 LG화학의 1분기 부채총계는 총 14조129억원으로 전년 대비 41.5% 증가, 같은기간 장기차입금은 5조2747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부채비율 역시 60%에서 81.5%로 껑충 뛰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도와 비교해 96.2% 감소한 반면 설비 투자는 올해 8조원을 집행할 예정이고 LG이노텍 또한 지난 2년 간 광학 솔루션 부문에 1조원을 투자한 데 올해도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다.
이밖에 SK텔레콤은 보안서비스업체인 ADT캡스 인수 등으로 차입금이 크게 증가했고, S-OIL은 고도화 투자와 함께 프로필렌 하류제품 설비투자로 차입금이 급증하면서 재무안정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상당수 회사들이 차입금 추이를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재무 역량을 갖고 있는데다 공격적 사업 투자가 성과로 이어진다면 실적 개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단순히 차입금 증가만으로 등급 변동을 일률적으로 예측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업종과 등급 수준에 부합하는 재무안정성 확보 여부와 함께 중장기적 관점에서 투자 집행 사업의 경쟁력은 확인하고 재무건전성 개선 여부를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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