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화물 운송·보관·하역 전문기업 국보가 흥아해운 창업주 3세를 경영진으로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통해 흥아해운 현 최대주주와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IB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국보는 전날 오전 부산 중구 무역회관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정관 일부 개정의 건을 비롯해 이사·감사 선임의 건을 모두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눈에 띄는 점은 대표이사로 선임된 윤성재씨다. 코스닥 상장법인 세원의 전 대표이사인 윤성재씨는 흥아해운의 창업주 고(故) 윤종근 회장 동생의 손자다.
흥아해운은 1961년 설립된 60년 업력의 컨테이너선사다. 고 윤종근 회장이 설립해 국가기간사업으로 해운 분야의 큰 축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2세인 윤수원 대표 시절 몇 차례 법정관리를 거치며 창업주 일가는 지분을 잃었고 경영에서도 물러났다.
이후 흥아해운 홍콩 사무소를 경영하던 이내건 현 흥아해운 회장이 페어몬트 파트너스(Fairmont Partners Ltd.)를 통해 최대주주로 등극했으며 현재는 아들인 이준우 부사장에게 경영권 승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보유 지분은 21.42%다.
흥아해운은 최근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되면서 계열사인 국보를 매각하기로 결정한다.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경영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지난달 흥아해운은 제이에스2호사모투자 합자회사와 국보 주식 35만4571주(21.08%)를 150억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4일 제이에스2호PEF가 잔금을 치르면서 최대주주 변경절차가 완료됐다.
지분 인수 이후 제이에스2호PEF의 행보는 다소 파격적이었다. 흥아해운의 창업주 3세를 경영 일선에 내세운 것. 창업주 일가가 흥아해운을 비롯한 대부분의 관계사에서 내쫓긴 상황에서 제이에스2호PEF의 이 같은 선택은 흥아해운과 적대적 구도를 만들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윤성재씨 역시 일가의 유산인 흥아해운의 경영권을 되찾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 윤종근 회장은 국내 해운, 항만물류의 뿌리와도 같은 역할을 했던 인물"이라면서 "창업주 3세가 국보의 경영권을 확보함으로써 향후 흥아해운과 적대적으로 맞붙을 수 있는 구도가 완성됐다"고 평가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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