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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했던 염갈량의 ‘읍참승호’…더욱 단단해진 SK
입력 2019-04-26 05:45 
SK와이번스 염경엽 감독은 감독에 부임하면서 팬들에게 사랑받는 야구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자신이 아끼는 강승호의 음주운전 일탈에 가차없이 칼을 빼어들었다. 2019 KBO리그에서 염갈량의 읍참승호 고사가 나온 셈이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염갈량은 역시 단호했다. ‘읍참승호가 있던 날, SK와이번스는 더욱 끈끈해져 있었고, 4연승 행진을 달렸다. 1위 자리도 탈환했다.
SK는 2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내야수 강승호(25)를 임의탈퇴 하기로 결정했다.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이를 은폐했기에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구단 징계가 발표되기 직전 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원회에서는 KBO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의거해 90경기 출장 정지 및 제재금 1000만원, 봉사활동 180시간의 제재를 부과했다. 구단 자체 징계가 더 무거웠다.
그럴만도 했다. 강승호는 지난 22일 새벽 2시 30분경 경기도 광명시 광명 IC 부근에서 도로 분리대를 들이 받는 사고를 냈다. 현장 출동한 경찰이 확인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0.089%. 면허정지 수준으로 만취 상태였다. 강승호는 지난 15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 돼 퓨처스리그 경기에 나서고 있었다. 그런데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입건되고도 이를 구단에 알리지 않았다. 그리고 23일 경산에서 열린 삼성과의 퓨처스리그 경기에 출전했다.
타격감이 올라오면 다시 1군에 콜업될 가능성이 높은 강승호는 1군에 등록할 수 있는 25일 복귀가 예상됐다. 실제로 24일 강승호는 1군 선수단과 동행했다. 경산과 대구 라이온즈파크는 지척이다. 염경엽 감독은 25일 강승호를 1군에 등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삼성과 경기가 한창인 오후 8시께 강승호의 음주운전 사실이 알려졌다. 구단도 이 때 그 사실을 알았다. 선수의 은폐에 충격이 더 컸다. 더구나 SK는 일주일에 두 번, 프런트와 코칭스태프가 관련 교육을 실시한다. 특히 음주운전과 성(性) 문제, 도박, 인종차별 등 4가지에 대해서는 강조를 해왔다. 프로야구에서 숱한 사건·사고에도 SK는 청정지대였다. 클린 구단 이미지와 명예도 깎여 버렸다.
임의탈퇴는 당연한 결과였다. 염경엽 감독도 단호했다. 강승호는 염 감독이 아끼던 선수 중 하나다. 단장 시절인 지난해 LG트윈스와의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강승호 영입을 주도했던 이가 염 감독이다. 감독 부임 이후에는 강승호를 핵심선수로 지목하고 기회를 줬다. 하지만 SK홍보팀에 따르면 염경엽 감독도 24일 경기 중 사실을 전달받았다. 25일 경기를 앞두고서는 어두운 표정으로 팬들에게 사과를 했다. 그리고 얘기를 듣자마자 야구장에서 내보내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항과 강승호를 주전급으로 만드는 게 올 시즌 목표였다”고 말했다. 안타까움과 실망, 그리고 분노가 교차하는 분위기였다.
강승호 임의탈퇴는 마치 삼국지에 나오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고사와 비슷했다. 제갈량이 자신의 총애하던 부하인 마속이 군령을 어겨 전쟁에서 패하자, 눈물을 머금고 참형에 처했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큰 목적을 위해 자기가 아끼는 사람을 버림을 뜻한다. 음주운전에 이를 은폐하려 한 강승호는 1년 뒤 복귀 여지를 남겼지만, 사실상 선수생활이 끝났다는 시각이 강하다. 야구선수로 생명이 다한 셈이라, 어떻게 보면 마속과 처지가 비슷하다. 또 염경엽 감독의 별명은 제갈량에 빗댄 염갈량이다.
이날 SK는 타격 부진에 시달리는 내야수 박승욱(27)이 말소되고, 안상현(22)이 콜업됐다. 강승호가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면 그가 올라갔을 자리다. 물론 안상현은 강승호가 없어도 문제 없다는 듯 펄펄 날았다. 안상현은 이날 3안타와 함께 프로 첫 타점을 올렸다.
SK는 전날에 이어 삼성과 2경기 연속 연장 혈투를 펼쳤지만, 10회초 이재원의 희생플라이가 결승타가 되며, 4-3으로 승리를 거두고 4연승을 달렸다. 이틀 연속 연장전을 펼쳤지만, 집중력에서 앞섰다. 또 SK는 이날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에 패한 두산과 순위표의 자리를 맞바꾸며 1위로 다시 올라갔다.
강승호를 내치기로 한 날, 오히려 SK 선수단은 더욱 끈끈해지고 하나로 뭉친 느낌이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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