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성장률 쇼크에 원화값 2년여만에 최저치
입력 2019-04-25 17:55  | 수정 2019-04-26 08:46
◆ 한국경제 역성장 쇼크 ◆
국내 경기 부진이 국내총생산(GDP) 지표로 나타나면서 달러당 원화값이 2년여 만에 1160원을 뚫고 내려갔다. 25일 서울 외환 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 종가(1150.9원)보다 9.6원 하락한 1160.5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종가 기준 9.1원 하락한 데 이어 낙폭을 더욱 키우면서 하루 만에 연저점을 갈아치운 것이다. 이날 종가는 2017년 1월 31일(1162.1원) 이루 2년3개월 만에 최저치다.
달러당 원화값이 1160원 선을 돌파한 직접적 원인은 국내 '역성장 쇼크'였다. 한국은행이 개장 전 발표한 '2019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GDP는 수출·설비·건설투자가 일제히 감소로 전환하면서 전 분기 대비 0.3% 감소했다. 앞서 올해 들어 지속된 수출 부진에 대한 우려로 원화값이 하락세를 그리던 와중에 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가 실제 지표로 나타나자 시장이 크게 반응한 것이다.
특히 원화값은 다른 신흥국과 비교해서도 올해 들어 낙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백석현 신한은행 애널리스트도 "올해 2월 이후 싱가포르·대만·호주달러와 중국 위안화 등 신흥국 통화는 방향성 없이 횡보하거나 소폭 강세를 보이는 정도였던 반면 원화값은 움직임의 폭이 유독 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의 미국 달러화 대비 주요국 통화 자료를 보면, 달러당 원화가치는 신흥국과 비교해도 하락 폭이 컸다. 원화값은 올해 1월 2일을 기준으로 1115원에 거래된 반면 4월 24일에는 1143원 선에서 거래돼 2.5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싱가포르달러는 0.45% 상승, 호주달러는 0.74% 상승, 대만달러는 0.98% 하락한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백 연구원은 "한국에만 유독 영향을 미친 변수들이 있었다"며 "특히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로 대북 리스크가 대두됐고, 지난 4월 초에는 세계 최대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한국 채권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또 4월 들어 국내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배당금 역송금 수요가 컸던 탓에 원화는 줄곧 1130~1140원대에서 움직였던 점이 원화 약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나 홀로 경기 호황으로 글로벌 외환 시장에서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5월 이후 2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달러인덱스는 전일보다 0.54포인트 오른 98.17을 기록했다. 반면 유로화는 0.64% 하락한 1.1155달러로 거래됐고, 엔화는 달러 대비 0.29% 떨어진 112.19엔을 보였다. 이처럼 대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원화 약세가 나타나자 주요 금융기관은 올해 환율 전망치를 황급히 수정하고 나섰다. 물론 전문가들 중에는 이날 달러당 원화값이 '과잉 반응'을 보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향후 달러당 원화값은 국내 수출 회복과 중국·유로존의 경기 회복에 달린 것으로 전망된다.
[김덕식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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