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로또아파트' 신화는 이제 깨질까. 25일 방배경남아파트 재건축 '방배그랑자이'(투시도)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일반 아파트 기준 최고 분양가인 3.3㎡당 4687만원을 승인받았다.
강남권에선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았던 방배동에서 최근 들어 최고 분양가가 등장한 것이다. 입주 1년이 채 안 된 인근 새 아파트 시세와 큰 차이가 없는 가격 때문에 '로또 아파트'라는 이름이 무색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방배그랑자이의 전용 59㎡ 분양가격은 10억1200만~12억3000만원, 전용 84㎡는 13억300만~17억3600만원으로 책정됐다. 고층은 공급면적 3.3㎡당 분양가격이 5000만원을 넘어선다. 2년 전 바로 인근에서 같은 GS건설이 분양한 '방배아트자이'의 분양가는 3.3㎡당 3798만원이었다. 2년 새 1000만원 가까이 분양가가 뛴 것이다.
시세로 비교해봐도 방배아트자이 전용 59㎡는 12억5000만~13억원, 전용 84㎡는 15억~18억원이라 방배그랑자이와 큰 차이가 없다. 입주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 동안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불확실성까지 감안하면 강력한 '분양가 통제'를 해오던 HUG가 이례적인 가격을 허용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HUG 관계자는 "작년 12월 같은 구(서초구)에서 분양한 디에이치 라클라스(옛 삼호가든3차 재건축) 평균 분양가와 같은 수준이라고 판단해 분양 승인을 내줬다"고 설명했다.
올해 강남 개포택지개발지구에서 처음으로 분양하는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포레센트'의 3.3㎡당 평균 분양가 역시 4569만원으로 정해졌다. 100가구가 조금 넘는 소규모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작년 '디에이치자이 개포'보다 10% 높은 분양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길음 롯데캐슬클래시아'(길음1구역 재개발) 역시 24일 3.3㎡당 평균 분양가 2289만원을 승인받아 성북구 최고 분양가를 찍었다. HUG는 같은 구에 위치한 장위동 꿈의숲 아이파크의 3.3㎡당 평균 분양가가 1700만원이라는 이유로 분양가를 이 가격에 제시했지만 조합이 계속 반발하자 한발 물러섰다.
HUG는 최근 들어 사실상 시행사와 건설사가 신청한 '다소 비싼 듯한 분양가'를 그대로 승인해주고 있다. 그동안 '무주택자에게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새 아파트를 분양한다'는 국토교통부의 원칙에 따라 분양가를 강하게 통제해왔던 HUG 기조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HUG는 부동산시장 과열기에 강남권을 중심으로 서울 아파트 분양가를 최대한 낮췄고, 그 결과 인근 아파트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새 아파트 분양가격을 책정해 당첨되면 억대의 차익을 남길 수 있다고 해 '로또 아파트'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작년 초 분양한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경우 3.3㎡당 분양가격이 평균 4160만원에 책정되며 전용 84㎡ 기준 당첨만 되면 5억원까지 차익이 발생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중도금 대출 일절 불가 방침에도 불구하고 3만1423개의 1순위 청약통장이 몰리며 흥행 대박을 친 바 있다.
그러나 작년 9·13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고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HUG 방침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됐다. 분양가를 조이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바뀌는 상황이라 고분양가 관리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
1~2년 전만 해도 분양 아파트 가격이 기존 아파트값을 밀어올렸기 때문에 정부는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분양가를 강하게 틀어쥐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굳이 분양가를 강하게 통제해 '로또 아파트'를 만드는 게 더 부담이 커졌다는 뜻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선 이젠 오히려 '로또 아파트'에 사람이 계속 몰려 시장이 과열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더 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밝혔다.
HUG가 시장 과열기에 세운 분양가 책정 원칙이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해 역효과를 일으킨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HUG는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광명·하남, 세종 등을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자체 규정인 '고분양가 사업장 기준'에 해당할 경우 분양보증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사업장 인근(반경 1㎞ 이내)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 또는 평균 매매가의 110% 이하로 책정하겠다는 룰이다.
문제는 지난 2년여 동안의 급등기에 올라버린 가격이 조금 떨어졌다고 해도 이미 상당히 오른 상태라 가격은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시장이 안정 분위기로 향하는 상황에서 공급자와 수요자들에게 분양가에 대한 일종의 '기준'이 돼버려 가격을 거꾸로 올리고 있다는 뜻이다.
두 번째 기준이 되는 '사업장 해당 지역(자치구)에서 입지, 가구 수, 브랜드 등이 유사한 최근 1년 이내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 이하'는 사실상 아파트마다 조건과 상황이 다 달라 비교가 어렵다. 이를 의식한 듯 HUG는 그 절차와 과정에 대해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같은 생활권이 아닌 구 단위로 묶어 분양가를 통제한다는 기준 자체가 공격당할 소지가 많다"고 덧붙였다.
[박인혜 기자 /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남권에선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았던 방배동에서 최근 들어 최고 분양가가 등장한 것이다. 입주 1년이 채 안 된 인근 새 아파트 시세와 큰 차이가 없는 가격 때문에 '로또 아파트'라는 이름이 무색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방배그랑자이의 전용 59㎡ 분양가격은 10억1200만~12억3000만원, 전용 84㎡는 13억300만~17억3600만원으로 책정됐다. 고층은 공급면적 3.3㎡당 분양가격이 5000만원을 넘어선다. 2년 전 바로 인근에서 같은 GS건설이 분양한 '방배아트자이'의 분양가는 3.3㎡당 3798만원이었다. 2년 새 1000만원 가까이 분양가가 뛴 것이다.
올해 강남 개포택지개발지구에서 처음으로 분양하는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포레센트'의 3.3㎡당 평균 분양가 역시 4569만원으로 정해졌다. 100가구가 조금 넘는 소규모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작년 '디에이치자이 개포'보다 10% 높은 분양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길음 롯데캐슬클래시아'(길음1구역 재개발) 역시 24일 3.3㎡당 평균 분양가 2289만원을 승인받아 성북구 최고 분양가를 찍었다. HUG는 같은 구에 위치한 장위동 꿈의숲 아이파크의 3.3㎡당 평균 분양가가 1700만원이라는 이유로 분양가를 이 가격에 제시했지만 조합이 계속 반발하자 한발 물러섰다.
HUG는 최근 들어 사실상 시행사와 건설사가 신청한 '다소 비싼 듯한 분양가'를 그대로 승인해주고 있다. 그동안 '무주택자에게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새 아파트를 분양한다'는 국토교통부의 원칙에 따라 분양가를 강하게 통제해왔던 HUG 기조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HUG는 부동산시장 과열기에 강남권을 중심으로 서울 아파트 분양가를 최대한 낮췄고, 그 결과 인근 아파트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새 아파트 분양가격을 책정해 당첨되면 억대의 차익을 남길 수 있다고 해 '로또 아파트'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작년 초 분양한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경우 3.3㎡당 분양가격이 평균 4160만원에 책정되며 전용 84㎡ 기준 당첨만 되면 5억원까지 차익이 발생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중도금 대출 일절 불가 방침에도 불구하고 3만1423개의 1순위 청약통장이 몰리며 흥행 대박을 친 바 있다.
그러나 작년 9·13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고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HUG 방침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됐다. 분양가를 조이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바뀌는 상황이라 고분양가 관리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
1~2년 전만 해도 분양 아파트 가격이 기존 아파트값을 밀어올렸기 때문에 정부는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분양가를 강하게 틀어쥐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굳이 분양가를 강하게 통제해 '로또 아파트'를 만드는 게 더 부담이 커졌다는 뜻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선 이젠 오히려 '로또 아파트'에 사람이 계속 몰려 시장이 과열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더 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밝혔다.
HUG가 시장 과열기에 세운 분양가 책정 원칙이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해 역효과를 일으킨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HUG는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광명·하남, 세종 등을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자체 규정인 '고분양가 사업장 기준'에 해당할 경우 분양보증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사업장 인근(반경 1㎞ 이내)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 또는 평균 매매가의 110% 이하로 책정하겠다는 룰이다.
문제는 지난 2년여 동안의 급등기에 올라버린 가격이 조금 떨어졌다고 해도 이미 상당히 오른 상태라 가격은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시장이 안정 분위기로 향하는 상황에서 공급자와 수요자들에게 분양가에 대한 일종의 '기준'이 돼버려 가격을 거꾸로 올리고 있다는 뜻이다.
두 번째 기준이 되는 '사업장 해당 지역(자치구)에서 입지, 가구 수, 브랜드 등이 유사한 최근 1년 이내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 이하'는 사실상 아파트마다 조건과 상황이 다 달라 비교가 어렵다. 이를 의식한 듯 HUG는 그 절차와 과정에 대해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같은 생활권이 아닌 구 단위로 묶어 분양가를 통제한다는 기준 자체가 공격당할 소지가 많다"고 덧붙였다.
[박인혜 기자 /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