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분양가 `9억`이 청약경쟁률 가른다
입력 2019-04-25 17:25  | 수정 2019-04-25 19:25
지난 24일 1순위 청약 접수를 한 '송파 위례리슈빌 퍼스트클래스'는 465가구 모집에 3만2623개 청약통장을 끌어모았다. 평균 70대1의 높은 경쟁률이다.
그러나 실제 타입별로 모인 청약통장 개수와 경쟁률을 살펴보면 미묘한 온도 차가 있다.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 분양가 9억원이 넘느냐 아니냐에 따라 청약 성적이 다르게 나온 것이다.
9억원 미만으로만 구성된 전용 105㎡는 3만2623개 청약통장 중 1만9920개를 끌어모았다. 전체 통장 개수 중 60%가 넘는 숫자다. 송파 위례리슈빌 퍼스트클래스에 모인 청약통장의 절반 이상이 전용 105㎡ 타입으로 간 것이다. 같은 105㎡ 면적이지만 테라스 타입으로 분류된 105㎡T(분양가 8억6110만원)는 4가구 모집에 1352명이 청약해 최고경쟁률 338대1을 기록했다.
반면 전용면적 차이가 6㎡밖에 나지 않는 같은 테라스 타입 111㎡T는 8가구 모집에 682명을 끌어모아 8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타입은 분양가가 9억240만원으로 아슬아슬하게 9억원을 넘겼다. 9억원을 넘겼느냐 아니냐가 경쟁률을 4배 차이로 벌린 것이다.

9억원 미만과 이상이 혼재돼 있는 전용 111㎡는 169가구 모집에 6606명이 청약해 경쟁률 39대1을 기록했고, 전용 114㎡의 경쟁률은 25대1, 전용 116㎡A는 23대1로 더 떨어졌다.
결국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면서 2년 실거주(전입신고) 요건이 없는 서울 등 수도권 핵심 단지에만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분양가가 9억원이 넘으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중도금대출을 내주지 않은 것은 이미 한참 된 얘기지만, 작년 9·13 부동산 대책 발표 후 9억원 이상 '고분양가' 주택은 2년 내 전입신고까지 해야 해 실거주 요건까지 생긴 데 대한 부담이 커진 것이다. 더구나 위례신도시의 경우 공공택지지구 내 분양이라 전매제한 기간이 계약일로부터 최장 8년까지 적용된 상황이다. 제한 사항이 많아지다 보니 최대한 부담을 덜 느끼는 9억원 미만 분양 주택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이 같은 징조는 최근 분양한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에서도 나타났다. 1120가구 규모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는 최근 서울에서도 가장 주목도가 높은 청량리의 초고층 주상복합이라는 점에서 높은 경쟁률이 기대됐던 곳이다. 그러나 실제 1순위 청약 접수 결과를 보면 평균 4대1의 평범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분양가 9억원 미만 가구 수가 전체 중 15% 남짓인 177가구에 불과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시행사이자 시공사인 한양은 분양가 9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서도 타 금융사와 연계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파격적인 조치를 했지만 9억원 이상 주택은 2년 내 전입신고를 해야 하고, 그러지 않을 경우 향후 곧바로 대출이 회수되며 이후 3년간 모든 대출이 막힌다는 점에서 심리적 부담이 컸던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귀띔했다. 업계 관계자는 "청량리 일대가 좋아지면서 기대감이 컸지만 9억원 미만 가구 수가 적은 것이 좋지 않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박인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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