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고성·속초 산불 원인으로 한국전력의 전신주가 지목된 가운데 김종갑 한전 사장이 피해주민을 찾아 공식 사과하고 "민사적인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24일 고성군 토성면 사무소에서 열린 주민 간담회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산불이 한전 설비에서 비롯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특히 "경찰 수사 결과와 관계 없이 피해주민, 지자체 등과 협의해 한전이 어떤 조치를 해야 할지 논의하겠다"며 "형사적인 책임이 없다 할지라도 민사적으로 해야 할 역할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재민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며 "앞으로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주민 및 이재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주민들은 "이번 산불로 인해 숨진 유가족들에게는 왜 사과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누가 봐도 전신주에서 불이 시작됐는데 경찰 수사가 중요하냐"며 "원인을 제공했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노장현 고성산불 피해 이재민 비상대책위원장은 "한전이 가해자란 사실은 숨길 수 없다"며 "모든 책임은 한전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유가족을 찾아 진심으로 사죄드리겠다"며 "또 속초연수원을 피해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한전의 모든 약속을 문서로 남겨 주민들에게 알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산불 원인을 수사중인 경찰은 지난 23일 한전 속초지사와 강릉지사 2곳을 압수수색해 발화 지점으로 지목된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주유소 인근 전신주의 설치 및 점검, 보수 내역 등을 확보하고 분석에 들어갔다. 앞서 국과수는 해당 전신주의 고압 전선이 강풍에 떨어져 나가면서 발생한 불꽃이 산불로 이어졌다는 감정 결과를 냈다.
[고성 =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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