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상장사 정기주주총회 활성화를 위해 주총 소집 기한을 늘리고 주주 참여를 독려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부활시키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법무부와 합의를 거쳐 24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상장회사 등의 주주총회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다.
당국은 그동안 주총 분산 개최 유도, 전자투표제 활성화 등 대책을 추진했지만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이 부결되는 기업이 여전히 발생함에 따라 보다 적극적인 주총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주주의 연락처 제공, 전자투표 편의성 제고 등을 통해 주총 성립을 지원하고 주총 소집시 사업보고서 제공, 주총 소집기간 연장, 주총 분산 개최 의무화 등을 통해 주주들의 내실있는 의결권 행사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주총이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아쉬움이 있었다"면서 "주주총회가 특정일에 집중적으로 개최되고 주주총회 진행시간도 짧아 주주들의 참여가 활발하지 못해 이번 개편으로 주주들이 감사보고서 등 안건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갖고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주주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안건을 분석할 수 있도록 주총소집 통지 시한도 '주총 전 2주'에서 '주총 전 4주'로 변경하기로 한다. 주로 3월에 열려온 12월 결산 상장사의 정기 주총은 5~6월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부분 상장사가 사업보고서를 제출기한(사업연도 경과 후 90일 이내)이 임박한 3월 말∼4월 초에 집중적으로 내고 있지만 새로운 제도 하에서는 3월 주총 개최는 어렵고 빨라야 4월 말에나 주총을 열 수 있다.
또한 이른바 '슈펑주총데이'로 불리며 상장사 주총일정이 몰려던 것을 줄이기 위해 일일 최대 주총 개최 기업 수를 제한하기로 했다. 특정일이나 특정 주간에는 주총을 개최할 수 있는 기업 수를 미리 정해놓고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대만의 경우 2015년부터 일자별로 최대 100개 기업만 주총을 열도록 사전에 인터넷으로 신청받는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또 상장사가 개인 주주의 주총 참여를 독려할 수 있게 증권사로부터 주주 이메일 주소를 넘겨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개인주주가 많은 소규모 상장사에서는 보유하고 있는 주소 정보만으로 주주총회 참여 유도가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셈이다.
여기에 주주들의 주총 참여를 이끌기 위해 기념품 등 인센티브 제공을 허용할 방침이다. 이밖에 주주의 전자투표 참여 확대를 위해 공인인증서 이외에 휴대폰·신용카드, ID(외국거주자) 등도 대체 인증수단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의결권 행사 기준일도 단축된다. 현행 주주총회 전 90일 이내의 날에서 60일 이내의 날로 줄인다. 이미 주식을 매각한 주주가 의결권을 보유해 의결권을 행사할 유인이 없는 공투표가 다수 발생해서다. 관련 상법 개정안은 박용진 의원의 대표발의로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의결권 행사의 내실화도 지원한다. 상장사는 주총소집 통지 때 참고서류에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다만 특별 결의가 용이하지 않은 소액주주 지분율이 3분의 2 이상인 회사에는 2년간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어 금융위는 주총 안건으로 임원 선임안이 상정될 때에는 주총 소집 통지와 함께 해당 임원 후보의 체납 사실, 부실기업 경영 관여 여부 등을 포함한 경력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도 이번 방안에 담았다. 주주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안건을 분석할 수 있도록 주총소집 통지 시한도 '주총 전 2주'에서 '주총 전 4주'로 변경하기로 했다.
한편, 금융위는 5월 중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상법, 자본시장법 등 관계 법령의 연내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