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교촌치킨과 bhc, BBQ 치킨 빅3가 나란히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 포화에 기타 외식사업을 확장하며 활로 모색에 나섰으나, 가맹점 분쟁 등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치킨업계 1위 교촌에프앤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98억원으로 전년대비 4.8% 감소했다. 교촌에프앤비의 영업이익이 역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 8.8%였던 매출 성장률은 지난해 절반 가량인 4.2%에 그쳤다.
2위 bhc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하락했다. bhc의 지난해 매출액은 2376억원으로 전년대비 0.6% 줄어들었고, 영업이익은 6.4% 감소했다. 제너시스BBQ도 지난해 매출 2300억원과 영업익 182억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대비 2.3%, 11% 하락했다.
치킨업계가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첫 번째 요인은 시장 포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기준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수는 2만4654만개로 2013년 이래 처음으로 전년보다 줄었다. 최저임금 인상과 임대료 등의 영향을 더하면 지난해에는 매장수가 더욱 감소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치킨업계가 연이은 논란에 휩싸인 것도 실적 부진에 불을 지폈다. 교촌치킨은 지난해 권원강 전 교촌에프앤비 회장의 친척이 직원을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돼 불매 운동을 겪었다. bhc는 가맹점협의회와 원가 폭리 등을 두고 법정다툼 중이다. BBQ는 치킨 가격 인상 뒤 가맹점에 공급하는 납품 원가도 올려 '꼼수 인상'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여기에 배달비로 인해 '치킨 2만원' 시대가 도래하면서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이 거세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주문이 활성화되면서 '간판'만 보고 치킨을 구매하겠다는 소비자들이 줄어 브랜드 영향력이 하락한 것도 주효했다.
이에 치킨업계는 돼지고기 전문점 등 외식 사업으로 불황 타개에 나섰다.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숙성 돼지고기 브랜드 '숙성72'를 론칭했으며, 제너시스BBQ는 돈카츠 브랜드 '우쿠야'의 리뉴얼을 통해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bhc는 빅투, 보강엔터프라이즈, 불소 등 자회사를 통해 외식 브랜드 창고43, 불소식당, 그램그램, 큰맘할매순대국 등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올해에도 부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가장 큰 요인은 배달앱 경쟁 심화에 따른 판촉비 증가다. 최근 BBQ는 요기요와 손잡고 1만8000원짜리 치킨을 반값인 9000원에 판매한 바 있다. bhc도 배달앱에서 2000원 할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손해는 모두 가맹점이 아닌 본사가 부담하기 때문에 영업이익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치킨이 대표적인 국민 간식인 만큼 오너리스크나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이 상대적으로 거셀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점점 더 배달앱을 통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더 이상의 실속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