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4월 23일 뉴스초점-입대 거부해도 "죄 없다"?
입력 2019-04-23 20:13  | 수정 2019-04-23 20:52
이런 건, 어떻게 판단을 해야 할까요. 종교적 이유로 총을 드는 걸 거부한다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가 총을 쏘며 전투를 벌이는 인터넷 게임을 한다면? 입영 통지를 받기 불과 11일 전에 입영 거부를 주장하는 종교의 신도가 된다면? 또 법원이 병역 거부를 인정해 대체 복무 명령을 내렸는데 '그것도 어쨌든 군과 관련돼 있으니 거부하겠다.'고 한다면, 이 사람은 병역거부에 대해 유죄일까요, 무죄일까요.

결과부터 말하면, 이들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인터넷 게임이야 직접 총을 잡는 것도 아니고, 어린 나이에 잠깐 할 수도 있는 거고, 입영 직전 입교를 했다 해도 가족이 모두 신앙생활을 하고 있으니 믿을 만하고, 또 군과 관련 없는 대체 복무제가 있으면 받아들이겠다고 했으니 죄로 볼 수 없다는 겁니다.

'법적 양심'은 우리가 생각하는 거랑은 좀 다릅니다. 헌법에서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면 자신의 인격적 가치가 파멸될 것이라 여기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라고 합니다. 그만큼 절박하고 구체적인 것을 뜻하는데, 어찌 됐든 양심이란 실재하는 게 아니기에 사람이 판단하기엔 참 애매합니다. 때문에, 대법원은 몇 가지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해당 종교를 믿게 된 동기와 경위, 신앙 기간과 실제 종교 활동을 했는지 등등으로 말이지요.

하지만 헌재가 지난해 6월 대체 복무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이후,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1, 2심 총 135건 중 유죄를 선고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굳이 자신의 신념까지 저버리면서까지 군에 가란 얘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건장한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엄격한 의무를 너무 너그럽게 판단하는 건 아닌지, 또 법적 양심을 판단하는 기준이 있는데 그거와 상관없이 판단을 내리는 게 이해가 안 된다는 겁니다.

지난해 군에 입대한 장병은 22만 명. 지금 전국 법원에선 710건의 종교적 병역 거부 관련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이들 모두가 우리 사회 청년들이니만큼 개인의 자유도, 또 국방에 대한 의무도 잘 지켜질 수 있도록, 또 상대적으로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더 세심한 판단과 기준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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