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조직화되는 보험사기…1년새 9.3% 늘어 8천억
입력 2019-04-23 17:49  | 수정 2019-04-23 19:28
경기도 시흥에서 한방병원을 운영하는 원장 A씨는 원무부장, 환자들과 짜고 추나치료나 첩약 등 보험이 적용되는 처방을 환자에게 해준 것처럼 기록을 조작했다. 환자들은 이를 통해 실제 치료를 받지 않고도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타냈다. 보험금 편취를 노리는 엉터리 환자들을 입원시켜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A씨가 받은 부당 보험료는 총 32억원에 달한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B씨는 회사 경영이 어려움에 처하자 보험사기를 계획했다. 그는 헐값에 낡은 어선을 한 척 산 뒤 화재보험 담보액을 6배로 증액했다. 준비를 마친 B씨는 고향 후배를 시켜 외국에 정박 중이던 배를 전소시킨 뒤 보험금 600만달러(약 68억원)를 청구했지만 자작극임이 들통나 처벌을 받게 됐다.
A씨와 B씨처럼 보험사기 규모가 점점 조직화·대형화하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은 "2018년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7982억원으로 2017년 7302억원에 비해 680억원(9.3%) 급증했다"고 밝혔다. 반면 적발 인원은 7만9179명으로 2017년보다 4356명(5.2%) 감소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인당 평균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1010만원으로 2017년 870만원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금감원은 "보험사기가 조직화하고 규모도 대형화하면서 전체 적발 금액과 1인당 적발 금액이 동시에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기에 악용된 보험을 크게 나눠보면 손해보험 적발 금액이 7238억원으로 전체 보험사기 중 대부분(90.7%)을 차지했다. 생명보험 비중은 9.3%(744억원) 수준이었다.

특히 요양병원 입원비 등을 지급하는 '장기손해보험' 적발액이 3561억원으로 사상 처음 '자동차 손해보험' 적발액(3321억원)을 넘어섰다.
적발된 인원을 직업별로 구분해보면 보험설계사와 자동차 정비업소 종사자의 보험사기가 지속해서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보험사기로 적발된 보험설계사는 2016년 1019명에서 지난해 1250명으로 늘었고, 정비업소 종사자 역시 같은 기간 907명에서 1116명으로 증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직간접적으로 보험사기를 많이 접하다 보니 보험사기 유혹에 빠지는 사례가 많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보험사기 유형별로는 자동차 사고 등 '사고 내용 조작'으로 타낸 보험금이 1656억55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허위·과다 입원'이 1002억68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보험에 가입할 때 본인 질병을 숨기는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금을 타낸 경우도 826억9700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보험사기 신고센터에 접수된 제보는 총 4981건이었다. 생명·손해보험협회와 보험회사는 보험사기 적발에 이바지한 우수 제보 52건에 대해 포상금 23억9000만원을 지급했다.
[김동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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