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이란發 유가상승·업황회복…겹호재에 `조선株 기지개`
입력 2019-04-23 17:36 
조선사 주가가 뛰었다. 해양플랜트 업황 개선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의 이란 제재 조치로 상승 동력이 붙었다. 연초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그려온 유가는 미국의 조치로 한 차례 더 뛰었다. 조선업 사이클도 바닥을 지났다는 진단이 나오는 가운데 겹호재가 생긴 셈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RX기계장비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85% 오른 528.08을 기록했다. KRX기계장비 지수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주요 조선사들이 큰 비중을 차지해 조선 업종의 주가 흐름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이날 전체 코스피 상승률이 0.17%로 그친 가운데 돋보이는 상승률이다. KRX기계장비 지수의 이날 상승률은 전체 KRX 업종별 지수 가운데 가장 높다.
종목별로는 현대중공업의 주가 상승률이 5.83%에 달했다. 현대미포조선과 대우조선해양도 각각 2.64%, 2.6% 올랐다. 삼성중공업이 0.12% 올라 다른 조선업에 비해서는 비교적 소폭 상승하며 마감했다.
전날 유가가 큰 폭으로 오른 점이 이날 조선주 상승의 직접적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은 22일(현지시간) 한국 등 8개국에 대한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한시적 예외 조치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계 원유 공급량이 줄어드는 이슈다.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하루 동안 전 거래일 대비 2.78% 오른 65.78을 기록했다.

유가가 오를수록 조선업체의 해양플랜트 수주 환경은 개선된다. 해양플랜트는 2014년 이후 유가가 급격하게 꺾이며 '수주 절벽'을 맞았다. 연간 해양플랜트 수주가 한 건도 없는 경우도 나왔다. 현재 유가는 연초 대비 약 43% 올랐다. 저유가로 인해 악화됐던 환경이 점차 개선되는 모양새다. 전날 삼성중공업이 1조1040억원 규모의 해양플랜트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점도 영향을 미쳤다. 2017년 이후 삼성중공업의 첫 해양플랜트 수주다. 앞으로도 해외 대형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입찰이 예정돼 있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은 조선업종 내에서 특히 해양플랜트 부문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단기적으로 조선 회사의 주가 상승 요인으로 볼 수 있다"며 "삼성중공업이 2년 만에 해양플랜트를 수주한 점도 유가 상승과 맞물려 다른 조선회사에 대한 기대감으로 퍼졌다"고 진단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배럴당 42.4달러까지 떨어졌던 WTI 가격은 최근 60달러대에 안착했다. 해양플랜트 발주를 위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춘 것"이라며 "국제유가가 더욱 상승하고, 안정을 찾는다면 해양플랜트 발주 환경은 더욱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유가 상승은 조선업이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나와 더욱 긍정적이다. 글로벌 선박 수주량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꾸준히 하락했으나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2015년부터 크게 하락했던 선가 역시 지난해를 기점으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선박 종류에 따라 컨테이너선 가격은 이미 2014년 수준을 회복했으며, 오일 탱커와 벌크선, LNG선 등도 근접한 수치를 보였다. 조선사들의 실적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는 환경이다.
이 연구원은 "선박별 선가가 올라오고 있다. 3년 평균 성장률을 봤을 때 내년과 후년까지는 선박 수주가 더욱 증가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국내 조선사들도 일감을 1년 치는 마련해 뒀다. 터무니없이 저가 수주를 할 상황이 아니다. 가격 협상력을 갖춘 만큼 추가적인 선가 인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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