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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현장]10주년 `유희열의 스케치북`, 위기·고민 무색한 존재의 이유
입력 2019-04-23 17:21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방송 10주년을 맞았다. 제공|KBS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을 통틀어 유일한 정통 음악 프로그램으로 사랑받고 있는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방송 10주년이란 금자탑을 세운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1992년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를 시작으로 '이문세쇼',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하나의 페퍼민트'까지 이어온 KBS 심야 음악 토크쇼의 명맥을 잇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2009년 4월 24일 첫 방송을 시작, 오는 26일 10주년을 맞는다.
10주년 특집 녹화가 진행되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쿠킹스튜디오에서 '유희열의 스케치북' 1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조준희, 박지영 PD는 "10주년이라는 남다른 시기에 프로그램을 함께 하게 돼 영광"이라며 "앞으로도 오래오래, '전국노래자랑'을 따라잡을 정도의 장수 프로그램이 돼 한국 대중음악의 지평을 이어가는 브랜드로 발전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유희열은 "1회 녹화 끝나고 나서 십여 분의 기자들과 모여 간단한 소감 말했던 게 기억이 난다. 맡게 돼 영광이라 말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지난 게 믿기지 않는다. 이 자리가 어색하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봐야 알 것 같다. 기분은 굉장히 좋다"고 10주년을 맞은 소회를 밝혔다.

타 음악 프로그램이 오래 가지 못하고 종영하는 데 반해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10주년을 맞을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일까. 박PD는 MC 유희열이 지닌 아이덴티티를 꼽았다. 그는 "지금 현재 음악씬에서 대중이 좋아하면서도 음악적으로 가치 있는 것을 프로그램에서 계속 놓치지 않고 가면서 호흡하고자 하는 본질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유희열 같은 분의 노력과 정성이 이 프로그램의 아이덴티티라 생각한다. 화려하거나 이슈적으로 그렇지는 않지만 계속 있어야 되는, 기본 가치를 계속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에 충실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큰 변화에도 이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희열은 "타 프로그램과 달리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이 프로그램이 개별 프로그램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노영심 작은음악회'부터 시작해 계속 이어지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나도 그 프로그램을 통해 첫 TV 출연을 했고, 거의 20여년간 지켜온 프로그램이다. '스케치북'이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방송 10주년을 맞았다. 제공|KBS
유희열은 "시대가 바뀌고 현실이 바뀌며 제작비나 경쟁력으로 위기가 많았다. 그 때마다 지켜줬던 분들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는게, KBS 예능국 감독님들이 이 프로그램만은 지켜야 한다고 하셔서 지금까지 이어오게 됐다. 시청률이 많이 높거나 수익이 있는 프로그램이 아닌데도 20여년 이어온 프로그램을 끝내는 것은 아쉽다며 지켜주셨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는 게스트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음악계에서 이 프로그램을 정말 소중하게 대해주신다. '스케치북' 나오는 것이 영광이라고 하시는데,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한 존재로 바라봐주시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주지하다시피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TV 음악 프로그램이 아이돌 가수 위주로 재편된 현 시기 유일한 정통 음악 프로그램으로 매 주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뮤지션을 소개하고 있다. MC 유희열은 유머러스하면서도 전문 음악인으로서 재량을 발휘, 뮤지션과 관객을 연결하는 중간자 역할을 충실히 소화하며 당대 최고의 뮤지션이자 MC로 활약 중이다.
MC 유희열의 강점에 대해 박PD는 "유희열은 전문적 지식과 오랜 라디오 진행으로 인해 검증된 진행능력도 있지만 나오는 뮤지션을 진정으로 아끼고,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이 진정으로 느껴진다. 많은 프로그램 하고 계시지만 이 프로그램에 남다른 애정이 있다고 느껴진다. 전문 지식 많고 재미있게 이끌어주시는 능력은 물론이고, 뮤지션들을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같이 성장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담당 PD로서 100% 만족하고 있는 점"이라고 말했다.
유희열에게 '스케치북'은 일 아닌 뮤지션으로서의 생활 자체였기 때문에 10년을 함께 해 오는 과정이 고되지 않았다고. 그는 "제작진이 다 해봐야 열 명 남짓인데 일보다는 가족처럼 같이 분위기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매 주 나와서 게스트 만나고 하는 게 나에게는 또 다른, 음악활동의 동의어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 유희열에게 '스케치북'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스케치북'은 나에게 생활의 중심이다. 예전에는 토이로 음악활동 할 때도 좀 게을러서 5~7년에 한번씩 냈기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지만 당시엔 '음악도시'나 '라디오천국'이 내 생활 중심이었는데, 지금은 이 프로그램이 중심이다. 생활의 중심이며, 음악 활동의 또 다른 창구"라고 말했다.
유희열은 특히 "이걸 계속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좀 더 젊은 진행자가 누군가가 징검다리 역할 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얼마 전 '대화의 희열'에서 배철수씨께 물어봤다. 그런데 그 분이 정답을 알려주셨다. '스케치북을 언제까지 하는 게 좋을까요'라고 물어봤더니 '그건 네가 고민할 게 아니다'라고 하시더라. 내가 오만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얼마나 할 지 모르겠지만 감사히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언제까지 하고 싶다는 건 내 욕심인 것 같다. 하는 날까지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방송 10주년을 맞았다. 제공|KBS
오랫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느낀 고민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유희열은 "세상은 달라지는데 나는 나이가 많아지지 않나. 그게 고민이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나를 어려워도 하지만 누군가는 나를 편안해하는 분도 계시더라. 가령 최백호 양희은 이적 윤상 이승환 세대가 있고, 볼빨간 폴킴 잔나비 등 현재진행형 가수들이 있는데, 어떻게 보자면 내가 이 가운데서 조금 나이 많은 총무 역할을 하고 있구나 싶더라"고 말했다.
그는 "큐레이터 혹은 와인감별사로 치면 노장일 것이다. 하지만 그분들이 편안하게 생각해주시고, 저 사람이라면 나가서 음악 하고 수다 떠는 데 편하게 생각해주시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여기까지 하는 게 옳지 않나 하는 고민은 보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유희열은 10년간 출연한 수많은 게스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스트로 100회 특집 '더 뮤지션' 편에 출연했던 신성락을 꼽았다. 그는 "10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뮤지션은 100회 때 나온 신성락 선생님을 꼽고 싶다. 당시 '더 뮤지션'이라는 특집을 했는데 세션 연주자들을 초대했었다. 은퇴하신 아코디언 연주자 신성락 선생님이, 더 이상 연주 못 하겠다는 생각에 악기를 파셨는데, 우리 섭외에 다시 팔았던 악기 찾아와서 다시 연주하셨던 그 날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향후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로는 조용필과 방탄소년단을 꼽았다. 그는 "조용필씨는 늘 거론했던 분이다. 희망사항이고, 한 팀을 더 추가하자면 BTS를 추가하고 싶다. 후배 중 스케치북에 안 나온 분들이 BTS더라"며 "지금 미국에서는 빌보드 1등 하고 있는데, 모셔서 한 번 옆에서 구경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KBS 양승동 사장이 직접 참석해 유희열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노고를 치하했다. 양승동 사장은 "'스케치북'이 2TV 최장수 예능이라 들었다. 10년 동안 감사드린다. 앞으로 10년도 잘 부탁드리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통해 유희열이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애정을 전했다.
10주년 방송에는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가수 김현철을 비롯해 크러쉬, 볼빨간사춘기,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가 출연한다. 호스트 유희열의 노래도 특별히 들을 수 있다.
유희열은 "10주년 특집을 생일상이라고 한다면, 내가 받고 싶은 걸 하고 싶다며 평소처럼 똑같이 하고 싶다고 했다. 제작진은 10주년에 큰 의미 부여를 하고 있었지만 나는 가수를 소개하는 게 우리의 일이니 늘 하던대로 하고 싶다고 했더니 고맙게도 의견을 받아들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그냥 넘어갈 순 없다며 마치 생일빵 하듯이 노래 하나 하라고 했다. 오케이 했지만 굉장히 후회하고 있고 제작진은 굉장히 즐거워하고 있다. 음원으로 내겠다는 얘기까지 해서 제 이름으로 나오는 음원이 한 5년 만인 것 같다. 토이 7집 이후 처음이라 초긴장 상태"라고 너스레 떨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10주년 특집은 26일 오후 11시 2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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