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만(MAN) 공장엔 `사오정·오륙도`가 없다…정년 65세→67세 연장중
입력 2019-04-23 10:08 
만(MAN) 뉘른베르크 엔진생산공장 [사진제공 = 만]

"현재 만(MAN) 직원들의 정년은 65세다. 현재 독일에서 정년은 65세에서 67세로 늘어나는 과정에 있다. 58년생의 정년은 66세다"
독일 뉘른베르크에 자리잡은 글로벌 상용차 브랜드 만의 엔진생산공장(MAN Nuremberg Plant)에서 만난 볼프강 쉬뢰펠 엔진·디자인 책임자는 58년생이다. 그는 66세까지 만에서 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독일 정부가 2029년까지 정년을 67세로 연장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어서다.
국제적으로 정년 기준이 되는 노인 연령은 65세다. 독일 모태가 된 프로이센의 통일을 이끌어 낸 '철혈재상' 비스마르크가 1889년 사회보험제도를 도입하면서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를 65세로 규정한 것에서 유래한다. 유엔도 이 기준을 따른다.
정년 연장은 세계적인 추세다. 의학 기술 발전으로 수명이 길어지면서 발생하고 있는 인구 고령화와 연금 수급 문제 때문이다.
프랑스는 2023년까지, 스페인은 2027년까지 정년을 65세에서 67세로 높일 계획이다. 일본에서도 65세 정년을 70세까지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노르웨이는 공식 은퇴나이가 67세이고 미국과 이탈리아는 66세다.

2013년부터 법적 정년을 65세로 정했지만 60세부터 5년간은 노동자가 희망할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명시했던 일본에서도 금융·건설업계를 중심으로 65세까지 정년을 보장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더 나아가 일본 정부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년을 70세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미국과 영국에는 정년 기준이 없다. 미국은 기존 70세였던 정년을 없앴다. 영국도 기존 65세였던 정년 기준을 폐지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은 '고용 차별'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 법적 정년은 60세이지만 45세 정년, 56세까지 직장에 다니면 '도둑놈' 소리를 듣는다는 '사오정·오륙도'라는 말처럼 퇴직을 종용하는 기업 문화가 남아있는 한국에서도 65세 정년 논의가 나오고 있다.
대법원이 지난 2월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만 65세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가동연한은 육체노동자가 소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한의 상한을 뜻한다.
재판부는 "법정 정년이 만 60세 또는 만 60세 이상으로 연장됐고 실질 은퇴연령은 이보다 훨씬 높아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남성 72세, 여성 72.2세로 조사됐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라며 "각종 사회보장 법령에서도 국가가 적극적으로 생계를 보장해야 하는 고령자 내지 노인을 65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년 연장이 쉬운 일은 아니다. 청년 일자리, 기업인력 운용의 효율성, 고용 유연성 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서다. 여기에 생산 자동화로 생산 인력의 필요성은 줄어들고 있다.
19세기 초반 영국에서 일어난 '러다이트 운동(Luddite)'과 같은 사회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첨단기술 수용을 거부하는 '네오 러다이트 운동'이라는 용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실제 프랑스의 사르코지 정부가 2010년 정년 연장과 연금 개혁을 추진하자 대학생은 물론 고등학생까지 거리로 나와 '정년 연장 결사 반대'를 외친 사건은 유명하다. 정년 연장이 청년 실업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만은 자동화가 가속화되더라도 4146명(지난해 기준)에 달하는 뉘른베르크 공장 인력은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는 직원들의 기대감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촬영 = 최기성 기자]
만 뉘른베르크 공장은 독일 바이에른(바바리아) 제2의 도시이자 근대 공업중심 도시인 뉘른베르크에 자리잡았다. 1841년 설립돼 178년에 달하는 역사를 지녔다.
35만5000㎡ 부지에서 트럭·버스·선박·발전기·농기계 등에 사용되는 엔진을 개발·생산한다. 유럽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트럭을 생산하는 다임러 트럭 엔진공장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지난해에는 10만4000대분에 해당하는 엔진을 생산했다.
뉘른베르크 공장장인 인고 에쎌 박사는 "자동화가 되더라도 다른 라인에 투입할 인력이나 라인 관리 업무를 맡길 인력이 생긴다"며 "공장 내 물류가 늘어나 자동화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에쎌 박사는 아울러 "노조와 자동화 설비뿐 아니라 공장 미래계획에 대해서도 항상 대화하고 있다"며 "가급적 빠른 단계에서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아직 노조 불만은 없다"고 덧붙였다.
만은 인력 재배치를 위해 회사 차원의 특별한 재교육 프로그램은 운영하지 않는다.
토마스 로펠트 품질관리 책임자는 "공장 직원은 처음에는 계약직으로 들어온 뒤 3년 정도 경험을 쌓아 숙련도를 높인 상태에서 정직원이 되기 때문에 다른 업무에 투입돼도 빨리 적응한다"며 "다만 추가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는 숙련도 높은 기술자와 낮은 기술자를 팀으로 묶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뉘른베르크 =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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