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고] "애 낳아서 저 혼자 `독박육아`하라고요?"
입력 2019-04-23 10:00 

임영주 교수 "육아·가사분담 '도우는' 것이 아닌 '나눠야' 사회·기업의 지속적 지원 절실"
출산율 절벽시대다. 이 말을 들으면 몇 년 전에 회자됐던 5포·7포의 연장선 또는 그 결과로만 볼 수 있지만, 속내를 더 들여다봐야 한다. 그냥 '포기'가 아닌 것이다. 청년들도 결혼하고 싶고 아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왜 출산율은 떨어지기만 할까. 출산이 싫어서 기피하는 것이 아닌,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왕성해지고 맞벌이 부부도 늘었지만, 여성에게 편중된 육아 부담은 여전하고 '독박육아'라는 말 역시 존재한다.
최근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홑벌이 가구뿐만 아니라 맞벌이 가구에서도 아내는 남편보다 2배 이상의 육아·가사 부담을 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와 아빠 250명, 총 500명에게 '영유아 자녀를 돌보는데 부모가 어느 정도 역할을 분담하느냐'고 질문한 결과, 양육 부담을 총 10이라고 했을 때 평균적으로 엄마 7.0, 아빠 3.0이라고 응답했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육아와 가사는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반해, 지난 19일 방송된 채널A의 예능프로에서는 '스웨덴의 육아'에 대한 내용이 시청자의 관심을 모았다. 스웨덴에는 '라테 파파'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한 손엔 커피(라테)를 한 손엔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를 의미한다. 비단, 스웨덴 뿐 아니라 북유럽 아빠들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를 보여주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육아야말로 분업하고 협업해야 할 가장 큰 과제 아닌가.
스웨덴의 육아분담은 단순히 가정 내에서의 협의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회와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과 꾸준한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나라도 다양한 출산, 육아 복지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부모들이 아이를 낳고 싶게끔 만들기에는 아직 부족한 듯하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남편이 아내의 가사를 '도와준다'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가사와 육아는 '돕는' 것이 아닌, 부부가 서로 잘할 수 있는 특성에 따라 '나누는' 것이다. 서로가 '내 일'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는 아내가 남편을 가르쳐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버지 롤모델 없이 아빠가 된 젊은 아빠들에게 사회적으로 '교육'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알아서 키우기엔 역부족이다.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필수 교육처럼, 의무화·권리화하여 사회와 기업이 힘을 모아서 지속성 있게 '아빠 교육' '부모교육'을 추진해야 한다.
여전히 우리 사회의 부모교육은 빈익빈 부익부다. 맞벌이를 하며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부부에게 부모교육은 '그림의 떡'이다. 필자가 오디오클립이나 유튜브, 네이버TV 등에 <임영주 부모교육 TV>를 개설해 부모교육 콘텐츠를 꾸준히 업로드하는 것도 부모교육이 절실한 이들에게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해서다. 5월 4일에도 육아고민과 부부소통에 관한 궁금증과 고민을 나누기 위해 <네이버TV 라이브 생방송>을 통해 부모들과 만날 예정이다.
강연을 하며 현장에서 부모들을 만나면, 육아에 대한 아빠들의 관심도 많이 높아졌음을 느끼며 희망을 갖는다. 다만 이러한 분위기가 좀 더 확대되어 지속성 있게 사회적으로 공론화되어 추진되어야 한다. 이는 우리 사회가 발전되어가기 위한 필수적인 공동과제라 생각한다. 몇 회성으로 끝나는 <부모교육>이 아니라 연간 프로그램으로, 최소 분기당 4회 정도는 업무 시간에 부모교육을 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아빠들이나 워킹맘이 별도의 사간을 내어 부모교육을 듣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공기업에서 의무로 추진되고, 사기업으로 확대 추진되어야 아빠들의 육아참여의 중요성, 참여 방법, 육아 노하우 등을 알고 부모가 '공동 육아'를 할 수 있다.
엄마들의 입에서 '독박 육아'라는 말이 더는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육아는 외롭고 힘든 일 중의 일이다. 부부가 함께 할 때 행복하다. '독박 육아'가 아닌 '행복 육아'가 될 때를 가정해 보자. 청년들이 단순히 '돈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기피한다고 생각한다면 오해다. 주위를 둘러보면 육아에 분업과 협업이 이뤄지는 가정일수록 가족 대화와 소통, 가사 분담도 잘 이뤄지며 출산도 긍정적이다. 선순환이다.
누군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여 사랑하는 아기를 낳아 행복한 삶을 살고 싶지 않겠는가. 출산 장려금만 준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보다 더 선행될 일은 결혼과 출산에 대한 동기 부여와 가치를 높여주는 일이다. 인간은 스스로 가치 있다고 생각할 때 기꺼이 선택한다. 스웨덴 및 북유럽의 사례는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회와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과 꾸준한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잘 기억해 우리도 하루라도 빨리 시행해야 한다.
◆ 임영주 (신구대학교 유아교육학과 교수)
임영주 부모i상담센터에서 전화 상담으로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통해 부모들의 육아 고민 상담을 받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 아이를 위한 자존감수업>, <하루 5분 엄마의 말습관> 등 다수.
네이버 오디오클립 <버럭 엄마 우아하게 아이키우기>
네이버, 유튜브 <임영주 부모교육TV>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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