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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리틀 드러머 걸’, 반박 못할 균형감각 갖춰” [M+인터뷰①]
입력 2019-04-23 08:01 
최근 박찬욱 감독이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왓챠
박찬욱 감독이 첫 TV시리즈 ‘리틀 드러머 걸의 동명 원작에 대한 경외를 표했다. 소설가 존 르 카레 덕에 자칫 민감할 수 있는 국가 간 분쟁에 대한 부담감을 덜 수 있었다.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이하 ‘리틀 드러머 걸)은 1979년, 이스라엘 정보국 비밀 작전에 연루되어 스파이가 된 배우 찰리와 그녀를 둘러싼 비밀 요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첩보 스릴러다. 영화감독 박찬욱의 첫 TV 미니시리즈이며 지난해 영국 BBC에 편성됐다.

박찬욱은 스파이 소설의 대가 존 르 카레의 오랜 팬이다. 그는 동명 소설을 읽은 후 첩보 스파이물인 동시에 로맨스라는 점에 매료됐고, 드라마로 만들기에 이르렀다. 원작의 매력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 건 당연지사였다.

79년도가 배경이지만 현재성이 있으며 원형적인 서사를 담고 있다. 순진한 젊은이가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서 여행을 떠나는 과정에서 많은 조력자 또는 악마나 괴물을 만나서 물리친다. 결론까지는 모르겠지만 저졸로 성숙하게 되는 패턴이라고 생각한다. 주제면에서도 예전부터 다루어진 이야기지 않나. 혼란 속에서 진짜와 가짜를 분별해내려고 하는 오래된 문학적 이야기다. 국가 간 분쟁의 경우 원작이 그 문제를 상당히 균형 있게 다루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드라마로 찍을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해당 문제에 대해서는 큰 부담을 덜고 시작한 셈이다.”

최근 박찬욱 감독이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왓챠

‘리틀 드러머 걸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 당시를 시대적 배경으로 삼는다. 주인공인 무명 배우 찰리(플로렌스 퓨 분)는 현실 세계의 스파이가 되어 테러리스트를 연기하라는 제안을 받고 위험한 극에 뛰어든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양국 인물들의 입을 통해 듣는 생생한 증언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존 르 카레 선생이 가장 많은 취재를 한 작품이란다. 이스라엘 정보부 높은 사람들부터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의장까지 만났다고 한다. 소설의 모든 게 책상 앞에서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생생한 자료와 실존 인물들에 기초한 것이기에 반박하기 어려운 사실성, 균형감각을 갖추고 있다. 자세한 관습이나 언어까지도 양측 모두에게 물어보며 불편한 점은 없는지 체크했다. 양쪽 다 아주 감동적이라고 했다더라. 우리가 남북한에 대해 이야기할 때랑 똑같은 거다.”

박찬욱 감독은 존 르 카레의 열렬한 팬이지만 사실 당초 ‘리틀 드러머 걸 만큼은 뒷전으로 미뤄뒀다. 주인공의 직업이 스파이가 아니라 젊은 배우라는 점 등 원작의 주요 포인트가 재미없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내의 권유로 소설을 읽기 시작한 후 오히려 이런 점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존 르 카레 선생의 작품 중 특히 냉전시대를 다룬 걸 좋아한다. 스파이들의 세계나 냉혹하고 비정한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이 작품은 ‘웬 팔레스타인 이야기인가 싶었다. 아내의 권유로 읽어보니, 매력이 없다고 생각한 점들이 매력이더라. 장르 소설이 아니라 순문학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손색없다는 표현 자체가 우열을 가리는 것 같아서 좀 그렇지만, 노벨 문학상 후보가 되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최근 박찬욱 감독이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왓챠

박찬욱 감독은 전작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 ‘박쥐 ‘스토커 ‘아가씨 등 원작 소설이나 만화를 재해석한 작품들로 호평 받았다. ‘리틀 드러머 걸 역시 직접 각색에 참여했다.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대사가 없을 정도다. 유독 원작을 기반으로 한 영화를 많이 만들어온 박찬욱 감독. 하지만 그가 완성한 작품을 보면 원작과 닮은 점이 거의 없을 정도로 신선하고 새롭다.

원작 소설이나 만화를 비롯해 신문기사 사회면 기사, 꿈 등 여러 가지에서 작품이 시작된다. 다 똑같은 거 아니겠나. 오리지널 스토리를 쓴다고 해도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출발점은 항상 외부에서 주어진다. 소설 원작이 있다고 해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다 새로 쓴다. 고스란히 내 것으로 만들기 때문에 원작과 똑같은 건 거의 없다.”

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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