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치료제로서의 RNA'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RNA를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면 기존 화합물이나 단백질 제제를 활용하는 것보다 개발 비용이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19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한국미생물학회 60주년 기념 학회'에서 특별강연 연사로 초청된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IBS) RNA연구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은 이날 매일경제와 만나 "RNA 기초 연구 성과는 진단, 치료 분야에서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다"며 이처럼 소개했다. 핵산의 일종인 RNA는 DNA(유전자)가 갖고 있는 유전정보에 따라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할 때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고분자 화합물로, 유전 정보를 전달하거나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등 역할을 한다.
김 단장은 "RNA치료제는 특정 RNA가 어떤 유전자를 조절하고 제어하는지 등 표적만 확실하게 알아내면 쉽게 설계할 수 있고 체외에서도 손쉽게 합성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특정 기능성 단백질을 합성해 약물로 사용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RNA치료제는 환자의 몸에 들어가 체내에서 단백질이 합성되도록 해주기 때문에 '지카 바이러스'처럼 전염병이 유행해 짧은 시간 내에 백신을 개발해야 할 때 매우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김 단장은 대표적인 RNA치료제로 척수성근위축증(SMA) 치료제를 꼽았다. 아이오니스가 개발한 '스핀라자'는 201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현재 세계 수십 개국 의료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김 단장은 "RNA치료제는 환자 몸에서 단백질이 생성되도록 해주는 만큼 환자 맞춤형 치료제가 될 수 있다"며 "다양한 맞춤형 핵산 치료제와 맞춤형 RNA 백신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또 "RNA를 통해 어떤 유전자가 어떻게 조절되는지 살펴보면, 질병으로 인해 신체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속속들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진단 방법을 본질적으로 바꿀 수 있다"며 "RNA 검출을 활용한 질병 진단은 에볼라, 메르스, 사스 등 바이러스 등에서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고 앞으로 그 범위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단장은 "단백질 합성 효율이나 안전성을 높인다든지 RNA치료제가 보다 잘 응용되려면 기초연구에 대한 이해가 잘 이뤄져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RNA 기초 연구의 역사는 긴데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막 붐이 일어난 RNA치료제가 기초 연구에서 실제 임상에 응용되기까지는 길게는 20~30년이 소요됐다"며 "인내심을 갖고 사회가 연구자들을 기다려 주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단장은 "이제는 생명과학과 관련 산업의 저변이 넓어져 조금씩 그 기간은 짧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단장은 2002년 발생, 성장, 노화 등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마이크로RNA(miRNA)의 생성 과정을 규명한 것을 시작으로 줄곧 miRNA와 관련해 굵직한 연구 성과를 냈다. 2006년에는 세계 최초로 miRNA 생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드로셔 단백질을 발견하고, 10년 뒤인 2016년에는 드로셔 단백질의 3차원 구조까지 처음으로 밝혔다. 드로셔 단백질은 ‘유전자 치료의 열쇠로도 불린다. 김 단장은 지난해 6월 과학저널 네이처가 선정한 ‘동아시아 스타 과학자 10인에 선정됐고, 같은 해 11월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 선정 ‘세계 상위 1% 과학자에도 뽑혔다.
[제주 =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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