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로 목재 첨탑과 지붕이 붕괴한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재건 방식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습니다.
핵심은 원래의 디자인과 재료, 전통적인 건축 기술을 토대로 원형 그대로 복원해 문화유산의 역사성을 살릴지, 아니면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건축할 것인지로 모이는 중입니다.
프랑스 일부 건축가들은 무너져내린 첨탑 등을 현대풍으로 다시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건축가 장-미셸 빌모트는 현지시간으로 18일 첨탑을 과거 그대로 복원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현지 매체인 프랑스인포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단언했습니다.
최근 파리의 러시아 정교회 성당을 설계한 그는 목재와 같은 오래되고 무거운 건축 재료보다 강철이나 티타늄 등 현대 건축에 사용되는 재료들을 선호하는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노트르담 대성당이 과거, 특히 1844∼1864년 사이 설계·건축 등에서 원형을 따르지 않고 변경된 적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기도 합니다.
붕괴한 96m 높이의 첨탑도 1859년 성당 보수 공사를 맡은 건축가 비올레 르 뒤크가 새로 추가한 것입니다.
성당 외벽의 아치형 지지 구조를 일컫는 플라잉 버트리스(flying buttress)나 그리스 신화의 '반인반수' 괴물을 형상화한 키메라상 역시 이 기간 개조되거나 새로 더해졌습니다.
2000년대 초반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성당 복원 작업에 참여한 건축가 크리스티앙 슈뮈클 몰라르도 "현대적인 재건축 방식은 더 안전할뿐더러 기간도 더 단축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노트르담 대성당이 850여년 전통의 인류 문화유산이자 프랑스 가톨릭의 상징물이라는 점을 고려해 원형 그대로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재건 방식을 둘러싼 이러한 논쟁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화재 참사 직후인 지난 16일 대국민 담화에서 노트르담 대성당을 5년 이내에 더 아름답게 재건할 것이라고 시한을 못 박아 더 촉진된 측면이 있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이 그다음 날 현대적 건축 양식으로 첨탑을 재건하는데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이 사안은 정치적 논쟁으로 옮아 붙은 모양새가 됐습니다.
극우정당인 국민연합(RN)의 마린 르 펜 대표는 첨탑의 현대적 재건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마크롱 대통령 발언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트위터에서 "우리 스스로 건축가임을 자임하기 이전에 (문화유산의) 상속자라는 사실을 인정하자. 노트르담은 우리가 소유한 게 아니다"라고 말한겁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유일한 의무는 그 완벽한 걸작이 요구하는 인내심을 갖고 우리가 물려받은 그대로 (후세에) 물려주기 위해 복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프랑크 리스터 문화부 장관은 재건에 대한 논쟁을 환영한다면서도 어떤 입장을 불변의 진리라고 믿는 '교조주의'(dogmatism)에 빠지지는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