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진주 살해범 `안인득` 첫 얼굴 공개…안, 횡설수설에 수사 난항
입력 2019-04-19 15:47  | 수정 2019-04-19 16:01

20명의 사상자를 낸 경남 진주의 아파트 방화 살해범 안인득(42)의 얼굴이 19일 처음으로 공개됐다. 안씨는 이날 범행 당시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르다 다친 자신의 양손을 치료하기 위해 경찰서를 나섰다. 전날 신상공개결정에 따라 마스크와 모자를 벗었다. 안씨는 짧게 깎은 머리에 남색 등산복과 슬리퍼를 신었고, 천으로 가린 수갑과 포승줄에 묶인 채 모습을 드러냈다. 죄의식 없는 표정에 격앙된 말투로 취재진의 질문에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여전히 오락가락하는 답변을 보였다. 그는 "피해자 유족들에게 할말 없냐"는 질문에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다 갑자기 "10년동안 불이익을 당해왔다. 진주시의 비리와 부정부패가 심각하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에 완전 미친 정신 나간 것들이 수두룩하다"며 횡설수설했다.
여전히 오락가락한 안씨의 언행에 경찰은 검거한 지 사흘이 되도록 수사에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진주경찰서는 안씨를 상대로 계획 범죄 여부와 범행동기, 사건 당일 동선 등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신빙성 있는 진술을 확보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은 안씨가 2~3개월전 칼을 구입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나 정확히 언제, 어디서 구입했는지에 대해서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1층 CCTV를 통해 안씨가 범행 3시간전 휘발유를 사 온 증거만 확보했다. 또 현장검증 여부 계획조차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1명의 프로파일러를 추가 투입해 3명의 프로파일러들이 안씨의 정신 심리상태 분석과 함께 신빙성 있는 진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안씨가 프로파일러 질문에 자신의 개인정보를 빼내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진술을 거부하거나 기억이 안난다는 말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안씨 휴대전화 분석은 물론 CCTV와 피해자 목격자 등 주변인들을 상대로 한 탐문수사를 통해 당시 범행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 또 안씨의 정신병력 진료내역을 추가로 확인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압수수색 검증영장을 받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날부터 경남경찰청 차원의 진상조사도 본격화했다. 주민들이 주장하는 안씨와 관련해 출동한 경찰관 조치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진상조사를 위한 것이다. 진상조사단은 지난해 9월부터 지난 3월13일까지 피의자 안씨와 관련된 8건의 112 신고에 대한 사건처리 절차는 물론 방문신고 유무와 사건 발생 당일 현장 초동조치 등 전 과정을 조사한다. 안씨와 관련된 112신고는 지난해 9월 1건, 올해 1월 1건, 2월 2건, 3월 5건이다. 이중 안씨가 거주하던 위층과의 문제로 접수된 신고는 5건 중 1건만 재물손괴로 검찰에 송치됐다.
희생자 유족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희생자 유족들은 이날 국가기관의 책임있는 사과와 재발방지책을 요구하며 장례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당초 유족들은 이날 오전 8시30분 희생자 3명의 발인을 할 예정이었으나 발인시작 1시간여 전에 전격 취소했다. 20일로 예정된 나머지 희생자 2명에 대한 장례일정도 연기됐다. 희생자 유족측은 이날 "이번사건이 국가적 인재로 발생한 점을 국가가 인정하고 국가기관이 공식 사과하라"며 "경찰청장 등의 단순방문은 공식적인 사과가 아니다. 공식적인 사과문을 발표하고 낭독하라"고 요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비롯해 SNS상에서도 안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경찰의 부실대처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진주 계획형 방화·살인 사건에 초기 부실한 대처로 예견된 사건을 막지 못한 경찰들 및 관련자들의 엄중한 수사를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비롯해 경찰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다양한 글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안씨가 휘두른 흉기에 사망한 금 모양(12)의 사촌언니 염 모양(18)으로 추정되는 누리꾼이 개인 SNS에 올린 사건발생 전후 상황에 대한 묘사글이 각종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공분은 확산되고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현재 추진 중인 정신질환자 치료·관리체계 강화 방안을 보완하기 위해 경찰청·법무부 등 관계 부처와 협조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신질환자에 의한 자해나 타해 사고가 발생하면 경찰이나 소방서, 보건소 내 정신건강복지센터 중 어느 쪽으로 신고가 들어오더라도 세 기관이 동시에 공동 대응하는 체계를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우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전국 243개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응급개입팀'을 신설해 정신건강 전문요원이 경찰·소방관과 함께 현장으로 출동한 뒤 정신질환 여부를 확인하고 맞춤형 대응을 해나가기로 했다.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중 1~3년의 수련과정을 거친 정신건강 전문요원은 응급상황 현장으로 가 정신질환 여부를 판단하고 안정 유도 상담을 할 예정이다. 경찰도 정신질환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정신질환자에 대한 대응 방안을 숙지할 수 있도록 국립정신병원 등이 경찰에게 정기적인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고(故) 임세원 교수 사망 후 지난 5일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복지부는 오는 10월 개정법 시행을 앞두고 관련 절차도 마련 중이다. 이번 개정안은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해칠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가 의료기관에서 퇴원할 경우 해당 전문의가 환자 퇴원 사실을 정신건강복지센터나 관할 보건소에 통보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특히 정신의료기관이나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치료가 중단된 환자를 발견한 경우 시·군·구청장에게 외래치료 지원도 청구할 수 있다. 외래치료 지원 규정은 내년 4월부터 적용된다.
[진주 = 최승균 기자 / 서울 = 서진우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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