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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와 다른 김광현? 덜 꺾이는 슬라이더가 문제 [최원호의 진짜투수]
입력 2019-04-13 09:02 
김광현(사진)이 지난해에 비해 덜 꺾이는 슬라이더로 인해 올 시즌 초반 다소 고전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지난해 부상을 털고 성공적으로 복귀해 SK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김광현. 올 시즌 여러 면에서 더 발전된 모습이 예상됐지만 초반 행보는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2승이라는 수치를 떠나 내용과 결과에서 분명 지난해와는 다소 다른 느낌을 준다. 그 이유는 슬라이더 때문이다.
데이터상으로도 이 슬라이더의 차이가 확연히 증명된다. 스포츠투아이 PTS(투구추적시스템)에 의하면 김광현의 슬라이더 상하 무브먼트값이 큰 폭으로 올라갔다. 김광현의 지난해 슬라이더 상하 무브먼트는 7cm였는데 올해 14.2cm까지 상승한 것이다. 슬라이더 상하 무브먼트가 14.2cm면 KBO리그 최근 좌투수 3년간 커터 무브먼트에 맞먹는 수치다.
즉, 슬라이더가 덜 꺾인다. 지난해처럼 꺾어야지 타자로 하여금 헛스윙을 이끌거나 공에 윗부분을 때려 땅볼로 연결할 수 있는데 덜 꺾이니깐 다 정타가 되는 것이다. 김광현의 지난 시즌 슬라이더 피안타율이 0.236인데 올 시즌(10일 경기 전)은 크게 상승한 0.379다. 10일 경기에서도 무려 9피안타를 허용했는데 그나마 결정구로 슬라이더 사용이 적은 경기였다.
김광현의 지난 2018년 모습. 슬라이더의 상하 폭이 큰 편이다. 스포츠투아이 PTS. 사진=SBS Sports 베이스볼S
반대로 올 시즌 김광현의 슬라이더는 사진처럼 상하 떨어지는 폭이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었다. 스포츠투아이 PTS. 사진=SBS Sports 베이스볼S
김광현의 지난해와 올해 슬라이더 낙폭 비교 사진. 한 눈에도 큰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스포츠투아이 PTS. 사진=SBS Sports 베이스볼S
이번 시즌 슬라이더가 다소 아쉽다면 반대로 투심은 긍정적이다. 사실 데이터상 투심으로 분류되고 본인도 투심이라 말하지만 속도가 20km나 차이 나는 투심은 없다. 스플리터로 봐야 한다. 김광현은 올 시즌 체인지업 대신 이 스플리터 같은 투심 패스트볼을 적극 구사하고 있다.
김광현은 지난해 투심 비율이 8%정도였는데 올 시즌 19.9%로 대폭 늘었다. 피안타율 또한 지난해 0.245에서 올해 0.143으로 크게 줄었다. 이 스플리터 같은 투심이 타자로 하여금 좋은 승부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김광현의 투심은 상대 타자들 배트를 계속 끌어내는 힘도 갖고 있다. 이는 헛스윙 비율, 스윙 비율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는데 헛스윙은 공을 맞추지 못한 것을 뜻하고 스윙은 배트가 무조건 나오는 것을 말한다. 이 비율이 지난해 15.4%에서 올해 46.9%로 크게 늘었다. 즉, 김광현이 올해 던진 투심의 경우 두 번중 한 번은 타자 배트를 이끌어냈다는 설명. 동시에 피안타 확률은 줄었다. 배트가 더 많이 나오는데 안타 확률은 줄어드는 긍정적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반대로 김광현은 올 시즌 투심 같은 스플리터를 적극 활용하며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스포츠투아이 PTS. 사진=SBS Sports 베이스볼S
이렇게 된다면 김광현은 향후 슬라이더 낙폭을 크게 만들거나 혹은 슬라이더 비중을 줄이면서 이와 함께 효과를 본 스플리터 같은 투심 비중을 높여야 한다.
다만 김광현의 경우 슬라이더가 주무기인 선수다. 이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조금 더 떨어지는 낙폭 큰 슬라이더를 던지는 방향이 필요할 듯하다. (SBS스포츠 야구 해설위원, 체육학 박사, KBO 기술위원, 야구대표팀 불펜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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