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배우 유준상(50)은 인터뷰 시작 전에도 종이에 무언가를 끄적였다. 그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질문에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 속에는 뜨거운 진심과 열정이 담겨있었다.
유준상은 최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극본 문영남, 연출 진형욱)에서 동생 바보 이풍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왜그래 풍상씨는 동생 바보로 살아온 중년 남자 풍상 씨와 등골 브레이커 동생들의 아드레날린 솟구치는 일상과 사건 사고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드라마로, 최고 시청률 22.7%를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종영 후 만난 유준상은 아직 빠져나왔다기보다 동생들이 보고 싶다. 그 친구들이 많이 보고 싶다. 감독님도 그렇고 현장이 그립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장 분위기가 좋았다. 다들 열심히 해줬다. 어떤 팀이든 열심히 하지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컸다. 미니시리즈에 많은 이야기를 담는 게 쉽지 않다. 작가님이 글을 잘 써주고 감독님이 배열이나 배치를 잘 해주셨다”며 ‘왜그래 풍상씨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유준상은 마지막까지 대본 리딩을 진행한 덕에 배우들 역시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공|나무엑터스
유준상은 답답하게 느껴질만큼 ‘동생 바보인 풍상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그는 풍상에 대해 동생들을 챙기는 게 가족을 챙긴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어렸을 때부터 부모 없이 풍상이가 부모가 돼서 그렇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감정 이입이 많이 됐다”고 털어놨다.
이번 작품에서 유준상은 손톱의 기름때 분장까지 하는 등 열의를 보였다. 실제 아내이자 배우인 홍은희는 유준상을 묵묵히 응원해줬다. 유준상은 홍은희에 대해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다. 풍상이란 인물을 이해해줬고, 제게 손톱 때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라고 말해줬다”고 귀띔했다.
‘왜그래 풍상씨를 하는 동안은 분장 팀이 손톱 때를 칠해줬다. 그는 손톱 하나가 일하다가 찍혀서 죽었다고 설정해서 검게 칠했다. 작가 선생님이 대본 리딩 때 이미 불쌍한데 손톱 보니까 더 불쌍하다고 하더라”며 손톱을 까맣게 칠하고 연습한 날은 확실히 더 잘 되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대부분 작품이 초반을 제외하곤 대본 리딩을 거의 하지 못한다. 이와 달리 ‘왜그래 풍상씨는 종영까지 리딩을 진행했다. 유준상은 뒤로 갈수록 안 되겠지 생각했는데 마지막에는 저희가 하자고 하더라”며 첫 리딩 때 남자배우들이 작가님에게 지적을 많이 받았다. 리딩은 보통 100%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점점 저희 톤이 높아지고 몰입하게 됐다. 해외 일정으로 잠깐 다녀온 적이 있는데, 작가님과 따로 만나서 연습하기도 했다. 그렇게 연기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유준상은 연습 전 동생 이진상 역의 오지호에게 형이 잘 하면 일어설지도 몰라”라고 말한 적도 있단다. 오지호는 실제로 눈물을 흘렸고, 유준상도 같이 울었다. 이러한 열정적인 대본 연습은 배우들이 ‘왜그래 풍상씨 속 인물들이 되도록 만들었다.
유준상은 그렇게 연습을 하고 훈련을 하니까 1회 장례식 신에서도 NG가 안 났다. 5장 반이 넘는 신이 있었는데 7명이 NG 없이 연기했다. 제작진은 연극 보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 이후에도 10장 넘는 신에서도 한 번에 끝난 적이 있다. 그만큼 집중하고 기틀이 잡힌 것 대본 리딩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유준상은 풍상을 통해 진심으로 사과하는 법을 배웠다고 털어놨다. 제공|나무엑터스
유준상은 작가님이 쓴 마침표, 쉼표 하나에도 의미가 있으니 그걸 찾으려고 했다”며 진형욱 감독님이 많은 영감을 줬다. 동년배라 서로 위로하고 토닥였다. 동지애를 느꼈다. 영화 현장처럼 대화하기가 쉽지 않은데, 감독님과 대화도 많이 했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왜그래 풍상씨를 두고 ‘막장극이라는 반응도 많았다. 유준상은 작가 선생님 의도는 끝까지 물러설 수 없는 곳에 있을 때 거기서 어떤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글이다. 저는 작가님의 의도를 잘 보여주고 싶었다”며 처음엔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고 하니까 이건 아닌데 싶었다. 우리의 마음이 전달되는 날이 오길 바랐고 그게 조금 늦게 왔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유준상은 ‘왜그래 풍상씨를 통해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힘들게 살았지만, 못 배우고 무시당하고 그런 풍상이란 사람이 하는 말들이 철학적이더라. 풍파를 겪으며 세상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돌 닦는 것처럼 살아온 것 같다”며 상대방의 입장과 바꿔서 생각해봐야 한다는 대사도 그렇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이 그랬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진심으로 사과하는 순간이 많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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