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쟁사·고객 눈치`에 수시로 바뀌는 5G 요금제…소비자 "너무 힘들어요"
입력 2019-04-11 16:48  | 수정 2019-04-11 17:14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5G 요금제를 출시했지만 계속되는 수정 과정을 거치면서 소비자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들 3사는 8만~13만원대 완전무제한 요금제와 속도제한 있는 5만~7만원대의 5G 요금제 출시를 완료했다.
하지만 경쟁사 출시 상황에 따라 수정·보완과정을 수시로 거치면서 소비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설상가상 '완전 무제한'이라고 홍보했던 일부 이통사가 일일데이터 사용량 제한조항을 약관에 포함한 것이 알려지자 불만은 거세졌다.
5G 가입을 준비하는 한 소비자는 "완전무제한 요금제가 올해 말까지 한정적으로만 운영되는 프로모션인지 몰랐다"며 "요금제가 정책이 며칠 새 계속 바뀌어서 잘 모르고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 "진정한 데이터 완전무제한은 우리"
5G 요금제 경쟁은 '데이터 완전무제한'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29일 가장 먼저 5G 요금제를 내놨던 LG유플러스 요금제에는 데이터 완전무제한이 없었다. 9만5000원 요금제가 가장 많은 250GB(이후 7Mbps 속도제어)를 제공했다.
하지만 나흘 뒤 KT가 속도제한 없는 데이터 완전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자 이미 요금제를 출시한 LG유플러스에는 비상이 걸렸다. KT보다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완전무제한 요금제 없이 이미 과기정통부에 요금제 신청 인가를 받은 SK텔레콤도 마찬가지였다.
KT 요금제 발표 후 다음날 5G 요금제 발표가 예정돼 있었던 SK텔레콤은 즉각 조치에 나섰다. 공개 하루 전 SK텔레콤은 과기정통부에 인가받은 내용을 수정하며 완전무제한 요금제를 내놨다.
얼마 후 LG유플러스도 기존 5G 프리미엄 요금제를 완전무제한 요금제로 바꾸고 새로운 완전무제한 요금제(5G 스페셜)를 추가했다. KT가 5G 완전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며 공세를 높이자 이들은 인가받은 요금제를 수정해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들 3사의 요금제는 '완전무제한'이라는 점에서는 결을 같이 하지만 KT는 정식으로 운영되는 '확정형' 요금제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프로모션' 형식이다.
◆ 프로모션 혜택 '연말까지'에서 '24개월'로
KT를 필두로 이통 3사의 완전무제한 요금제 출시는 완료됐지만 고객 호응은 크게 얻지내지 못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은 6월 말까지 가입해야만 완전무제한 요금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의 경우 5GX플레티넘, 5GX프라임 요금제를 6월 말까지 가입하면 연말까지 데이터 완전무제한 요금제가 적용된다. LG유플러스도 5G프리미엄과 5G스페셜 요금제를 6월 말까지 가입해야 연말까지 데이터 완전무제한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완전문제한'이지만 6월 말까지 가입해야하고 한시적으로만 운영돼 소비자 입장에선 개운치 못했다. '반쪽짜리' 요금제라는 비난과 경쟁사(KT) 완전무제한 요금제가 호응을 얻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프로모션 기간을 늘리기로 했다.
양사는 6월 말까지 SK텔레콤의 5GX플래티넘, LG유플러스의 5GX 프라임, 5G 프리미엄, 5G 스페셜 요금제 가입 고객에게 제공하는 완전 무제한 혜택 기간을 종전 '연말까지'에서 '24개월간'으로 늘렸다.
6월말까지 가입해야하는 것은 양사가 같지만 완전무제한 데이터 제공은 연말까지가 아닌 24개월로 늘린 것이다.
다만 프로모션 미적용 시에는 SK텔레콤의 5GX플래티넘과 5GX프라임 요금제에서 각각 300GB, 200GB 데이터만 제공한다. LG유플러스 역시 프로모션이 아니라면 5G프리미엄과 5G스페셜 요금제에서 각각 250GB, 200GB 데이터가 기본제공된다.
이통3사 5G 요금제 비교. 4월 11일 기준. [그래픽 = 김승한 기자]
◆ "데이터 완전무제한, 진짜 무제한 아니었다"
데이터 '완전 무제한'이라고 홍보했던 일부 이통사가 일일 데이터 사용량 제한조항을 약관에 포함한 것이 알려지자 논란은 더욱 커졌다.
업계 유일·최초 '정규 완전무제한 5G 요금제'를 내놓았던 KT가 사용량에 따라 데이터를 제한하는 조항을 만들어 놓았던 것이 뒤늦게 확인됐다. LG유플러스도 사용량에 따라 데이터를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KT의 데이터 FUP(공정사용정책) 조항에는 2일 연속으로 일 53GB를 초과해 사용하는 경우 최대 1Mbps로 데이터 속도제어를 적용하고 이용제한, 차단 또는 해지될 수 있다는 단서가 들어있었다.
KT 측은 "데이터 FUP는 소수 상업적 이용자들의 네트워크 독점으로 부터 일반 고객의 데이터 이용 피해 보호차원에서 반영한 최소한의 장치일 뿐"이라고 했다.
1Mbps는 2G 속도로 메신저나 사진이 첨부되지 않은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만약 이용제한이 걸리면 5G 서비스 및 콘텐츠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초고화질(UHD) 영상과 가상현실(VR) 등 5G 핵심 콘텐츠의 데이터 소모량이 시간당 10∼15GB 수준이다. 2시간 분량 콘텐츠 2편을 이틀 연속 시청하면 일 제한에 결려 서비스 이용이 안 될 수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5G 데이터 완전무제한 요금제 약관에 '사용량에 따라 데이터를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을 포함한 것으로 확인됐다. LG유플러스 5G 이동전화 이용약관 중 5G 요금제 11항에 따르면 '2일 연속으로 일 50GB를 초과해 사용하는 경우 해지 또는 데이터 속도제어, 차단 등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조건이 명시돼 있었다.
LG유플러스는 "애초 5G 출시 때 과도한 데이터 사용자를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해 상업용으로 쓸 경우에만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제기되자 KT와 LG유플러스는 이용제한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이통사가 요금제 등 주요 내용을 고객에게 명확히 고지하지 않으면 '불완전 판매'로 규정돼 구매 14일 이내 무조건 환불할 수 있다.
한편 5G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기지국 설치 부족 등으로 이용자들이 초고속·초저지연의 5G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면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깔린 LTE 망과 달리 5G 망은 수도권 일부와 광역시를 제외하고는 거의 깔려있지 않기 때문에 이용자들 사이에서 5G 신호를 잡는 것은 가뭄에 콩 나듯이 했다.
일부 누리꾼은 5G 신호를 놓친 후 LTE로도 접속되지 않으면서 통화와 데이터 모두 이용할 수 없었다며 폰 재부팅을 해야 해 3G에서 LTE로 전환될 때보다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5G와 LTE 간 전환이 수시로 일어나며 배터리 소모가 LTE폰보다 확연히 많아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디지털뉴스국 김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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